— 퇴사 후 알게 된 리더십의 진실
회사에 다닐 때 나는 스스로 꽤 괜찮은 상사라고 생각했다.
야근도 같이 했고, 후배가 실수하면 대신 바카라임도 졌다. 성과가 나오면 팀원 이름을 먼저 올렸고, 회식 자리에서는 먼저 잔을 비우기보다 먼저 집에 보내주려고 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도 후배들은 내 앞에서는 웃었고, 내 뒤에서는 조용했다.
그 이유를 나는 퇴사한 뒤에야 알게 되었다.
퇴사 후 처음 맞은 새벽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출근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
알람을 끄고 다시 누울 수 있는 자유.
그토록 원했던 시간이 생겼는데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했다.
커피를 한 잔 내려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예전 팀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정말 좋은 상사였을까?"
돌이켜 보니 나는 참 자주 말했다.
"나 때는 안 그랬어."
후배가 힘들다고 하면 말했다.
"우리 때는 밤새워도 다 했어."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면 말했다.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게 제일 안전해."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말했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나잖아."
그 말들이 후배를 성장시키는 조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들은 대부분 내 경험을 기준으로 상대를 재단한 말이었다.
조언이 아니라 비교였고,
격려가 아니라 기준이었다.
세대는 달라졌지만 사람은 달라지지 않았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고,
누구나 존중받고 싶고,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을 만나는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듣기보다 말하는 사람이었다.
질문하기보다 답을 먼저 알려주는 사람이었다.
후배가 설명을 시작하면 어느새 내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일을 가르쳤지만,
사람의 마음은 배우지 못했다.
퇴사 후 우연히 예전 후배를 만난 적이 있다.
커피를 마시며 웃으며 이런 말을 했다.
"팀장님, 지금이라서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순간 괜히 긴장됐다.
칭찬일까, 불만일까.
그 말투에서 나는 조심스러움을 읽었다.
말하지 말아야 할까봐 오랫동안 참았던 말들이 이제야 나올 수 있다는 그런 조심스러움.
후배는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은 나쁜 분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늘 정답을 너무 빨리 말씀하셨어요. 저희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셨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들의 생각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은 상사는 답을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었다.
좋은 상사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 한마디에 담긴 존중이 있었고,
"무엇이 가장 어려웠어?"
이 질문 속에는 진정한 관심이 있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이 말 안에는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게 상대를 먼저 이해하려는 사람.
그 사람 옆에 있으면 사람들은 자라난다.
나는 이 세 문장을 너무 늦게 배웠다.
신기한 것은 회사를 떠난 뒤에야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성과에 쫓길 때는 일정만 보였고,
회의에 쫓길 때는 보고서만 보였다.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사람.
결국 회사를 움직이는 것도,
성과를 만드는 것도,
오래 함께 기억되는 것도 사람인데 말이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혹시 지금도 내 경험을 정답처럼 말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결론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나 때는 안 그랬어."라는 말로 누군가의 오늘을 지우고 있지는 않은지.
퇴사는 내게 온라인 게임을 잃는 일이 아니라,
나를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회사를 떠나고 나서야 나는 상사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좋은 리더는 가장 앞에서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뒤에서 사람들의 속도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후배에게 말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 때는 안 그랬어."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누군가의 용기를 멈추게 할 수도 있다.
과거는 경험이 될 수 있지만,
현재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후배들에게 남겨야 할 것은 '나 때'의 추억이 아니라,
'네가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어쩌면 진짜 성장은 승진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오래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을 때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멈춤"의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함께 읽어보세요.
자신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무언가가 시작됩니다.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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