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바람이 전하는
아버지의 안부」

바람은 아버지의 목소리를 닮아 있었다

by쉼표JEONGSEON



언덕 위 바람이 말을 걸어왔다. 잘 지내고 있냐고.

나는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노을은 산 너머로 천천히 몸을 숨기고 있었고, 억새들은 바람의 어깨에 기대어 낮은 가락을 흔들고 있었다.

그 언덕은 오래전 아버지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던 곳이다.

붙잡고 싶었지만, 끝내 붙잡지 못했던 시간. 목 끝까지 차오른 울음을 삼킨 채, 그 언덕을 넘어야 했고 바라보아야 했던 그 자리.

세월은 많은 것을 데려갔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의 바람만은 아직 그 언덕에 남아 있다. 계절이 몇 번을 바뀌어도 그곳의 바람은 늘 같은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넨다.

"괜찮냐. 잘 지내고 있냐. 이제는 쉬엄쉬엄 살거라."

바람소리와 함께 귓전에 들려온 아버지의 목소리. 나는 그 소리를 귀로 듣지 않는다. 마음속에 들려온 아버지의 당부다.

그 목소리를 내 마음 한편에 한 폭의 수묵화로 그려 놓는다. 마음에 걸어두고 오래도록 꺼내어 듣고 싶은 아버지의 목소리.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아픔을 잊는 일이 아니라, 아픔과 함께 바람처럼 걸어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가끔 노을이 지는 시간마다 마음속 그 언덕을 다시 걸어본다. 바람은 오늘도 말없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가고, 나는 늦은 안부처럼 조용히 대답한다.

"아버지. 저, 아직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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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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