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도 이 공간을 떠나지 못할까

정리하고 있는데도 마음은 아직 퇴근하지 못했다

by쉼표 JEONGSEON




요즘 나는 자꾸 비어 있는 공장을 오래 바라보게 된다.


예전 같으면 정신없이 전화가 울리고, 생산 상황을 체크하고, 라인별 진행 수량을 확인하느라 하루가 금방 지나갔을 시간인데, 이제는 멈춰 있는 재봉틀 앞에서 한참 서 있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사람이 줄어든 공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아니, 정확히는 조용하다 못해 낯설었다.


한때는 이 공간 안에 수백 명의 움직임이 있었다.
누군가는 원단을 들고뛰었고, 누군가는 다림질한 제품을 정리했고, 누군가는 재봉틀 위에 몸을 기대며 잠깐 숨을 돌렸다. 공장은 늘 바빴고, 늘 시끄러웠고, 늘 무언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불이 꺼진 라인을 지나갈 때면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서늘해진다. 사람이 떠난 자리는 단순히 비어 있는 게 아니었다. 거기에는 오래 쌓인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일하던 사람의 체온 같은 것들. 익숙하게 들리던 기계 소리. 쉬는 시간마다 들리던 웃음. 그런 것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나면, 공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늙어버린다.


나는 요즘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왜 아직도 이 공간을 떠나지 못할까.”


이미 정리해야 할 것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남은 오더도 많지 않고, 사람들도 각자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현실은 이미 다음 단계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만 아직 이 공간 안에 남아 있는 것 같다.


퇴근하려다가도 다시 라인을 한번 돌아보게 되고, 불 꺼진 자리들을 괜히 다시 바라보게 된다. 아무도 없는 작업대 앞에 잠깐 멈춰 서 있을 때도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도 이 공간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희미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알게 된다.


사람은 공간을 떠나는 게 아니라, 자기 시간을 두고 떠난다는 것을.


몸은 먼저 빠져나와도 마음은 오래 남는다. 특히 오랜 시간 바카라임졌던 공간일수록 그렇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하고, 생산 상황 때문에 잠을 설치고, 사람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애썼던 시간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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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사람을 만나고, 기록으로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습니다. 잠시 멈춰, 마음의 안부를 묻습니다. 사람의 얼굴과 마음, 삶의 안쪽에 오래 남는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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