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는 엄마 품같다
엄마는 장독대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이었다.
된장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거나
고추장을 뒤적이는 것도 아닌데
가끔은 그냥 그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어릴 때 나는 그 모습이 이상했다.
왜 저 검은 항아리들을
그렇게 오래 바라보는 걸까.
시골집 마당 끝,
햇볕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에
엄마의 장독대는 있었다.
비 오는 날이면
항아리 뚜껑 위로 빗물이 둥글게 맺혔고,
겨울이면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았다.
엄마는 아침마다
장독대 뚜껑을 한 번씩 닦았다.
꼭 사람 얼굴 만지듯 조심스럽게.
그때는 몰랐다.
그 장독대가
단순히 음식을 담아두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시간을 저장하던 자리였다는 걸.
된장 냄새가 진하게 올라오던 여름날에도,
김장하느라 손끝이 얼어붙던 겨울에도
엄마는 늘 그 자리에서
우리 식구들의 계절을 지키고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뒤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사람은 떠나도
어떤 기억은 냄새처럼 남는다는 걸.
그리고 이상하게도
살다가 마음이 허전한 날이면
나는 아직도
햇볕 아래 조용히 서 있던
엄마의 장독대를 떠올리게 된다.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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