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옆 깊은 우물 냉장고
우리 집 장독대 옆에는
깊은 우물 하나가 있었다.
정확히 얼마나 깊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른들은 늘
“사십 미터는 넘게 팠다”라고 말했다.
나는 어린 마음에도
그 우물이 조금 무서웠다.
안을 들여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았고,
한여름에도 서늘한 냉기가 천천히 올라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우물 곁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엄마는 두레박 줄을 천천히 내려
차가운 물을 길어 올렸고,
나는 옆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철벅.
철벅.
두레박이 물에 닿는 그 소리는
지금 생각하면
마치 한 시절의 심장 소리 같았다.
우물 주변에는
손빨래를 하던 작은 공간이 있었다.
빨랫비누 냄새,
젖은 수건,
햇볕에 널린 옷가지들.
그리고 그 옆 장독대에는
된장과 고추장 냄새가
조용히 계절을 익히고 있었다.
엄마는 가끔
플라스틱 둥근 통에 무김치를 담아
끈으로 단단히 묶은 뒤
우물 안으로 천천히 내려보냈다.
냉장고가 귀하던 시절,
우리 집 우물은
가장 오래된 냉장고였다.
시간이 지나
다시 끌어올린 무김치는
살얼음처럼 차가워져 있었다.
한 조각 베어 물면
시원한 국물이 먼저 입안에 번졌고,
그 뒤에 칼칼한 맛이 천천히 올라왔다.
나는 아직도 그 맛을 기억한다.
세상 어떤 비싼 음식보다
더 깊고 선명하게.
아마 그건 단순히 음식 맛이 아니라
그 시절의 공기까지 함께 먹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 놓인 장독대,
담벼락 위 넝쿨장미,
저녁 햇살에 반짝이던 물길,
그리고 두레박이 오르내리던 소리.
그 모든 풍경 속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사람은 왜 나이가 들수록
오래된 우물 같은 기억을 그리워하게 되는 걸까.
아마도 그 안에는
지금은 다시 길어 올릴 수 없는
가장 따뜻했던 시간이 잠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숨이 막히는 도시를 걷다가도
문득 마음이 지치는 날이면
나는 아직도
그 우물 안에 담가 두었던 계절을 떠올리게 된다.
쉼표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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