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하루는 어땠을까

노을이 담장 너머 뒷산에 걸려 있던 해 질 무렵

by쉼표JEONGSEON
녃엄마의저녁 2Chiều ấm áp trong sân vườn truyền thốngChatGPT Image 2026년 5월 7일 오전 05_08_04.png노을이 담장 너머 뒷산에 걸려 있던 해 질 무렵, 엄마는 말없이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


나는 가끔
엄마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장독대 앞에 서서
항아리 뚜껑을 하나씩 열어보던 저녁.

노을빛은 담벼락 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고,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장독에 든 된장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조용한 뒷모습 안에
얼마나 긴 하루가 들어 있었는지를.

엄마의 하루는
아마 새벽보다 먼저 시작됐을 것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식구들 밥을 하고,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올리고,
빨래를 하고,
장독대 뚜껑을 닦고,
텃밭을 들여다보고,
누구 하나 아프진 않은지 살피고.

그렇게 하루 종일
가족이라는 계절을 돌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자기 이야기를 길게 하지 않았다.

힘들다는 말도,
외롭다는 말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저녁이 되면
장독대 앞에 잠시 서 있었다.

나는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엄마에게 그 시간은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부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루의 가장 조용한 시간.

노을빛이 항아리 위로 번지던 그 순간에
엄마는 비로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다 보면
우리는 자꾸 앞만 보며 달려가는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자꾸 뒤에 남겨진 뒷모습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중 가장 오래 남는 건
언제나
엄마의 하루다.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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