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서두르지 않기로 한 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늘 바쁘게 살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끝이 없었고,
하루는 늘 부족했다.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는 일정이 떠올랐고
밥을 먹으면서도 다음 일을 생각했다.
몸은 앉아 있는데 마음은 이미 다음 장소로 가 있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나는 시간을 쫓고 있었지만
마음은 계속 늦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마음의 속도를 낮춰 보기로 했다.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저 아침을 조금 천천히 시작했다.
눈을 뜨고 바로 휴대폰을 보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먼저 느꼈다.
그 몇 분이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이미 메시지를 확인하고
일정을 정리하고
하루를 밀어붙였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먼저 두었다.
아침 커피를 마실 때도
서두르지 않았다.
뜨거운 온기를 손으로 느끼고
천천히 한 모금씩 마셨다.
이렇게 시간을 쓰니
이상하게 마음이 먼저 따라왔다.
늘 하던 일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사람들의 말도
조금 더 또렷하게 들렸다.
나는 그때 알았다.
속도를 낮춘다고 해서
일이 늦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마음이 정리되니
판단이 빨라졌고
불필요한 고민이 줄어들었다.
점심시간에도
잠깐 걸었다.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은
오랜만이었다.
발걸음이 느려지니
생각도 느려졌다.
생각이 느려지니
불안이 작아졌다.
그날 하루는
특별한 일이 없었다.
하지만 마음은
오랜만에 편안했다.
나는 그날 이후
작은 루틴을 만들었다.
아침에 5분 멈추기
천천히 커피 마시기
하루 중 잠깐 걷기
저녁에 오늘을 돌아보기
아주 단순한 것들이지만
이 루틴이 마음의 속도를 바꿨다.
우리는 바쁘게 살면서
속도가 곧 성실함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마음은
속도를 줄일 때
제자리를 찾는다.
그날 나는 알았다.
삶을 바꾸는 건
큰 결심이 아니라
속도를 낮추는 작은 연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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