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언어들을 찾아서

폐허가 된 마음 위에 붉은 온기를 새기는 일

by쉼표JEONGSEON


언제까지 당신의 마음을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는 차가운 '폐허'로 방치해 두실 건가요?

남들에게 상처받기 싫어서 하고 싶은 말은 죄다 삼켜버리고, 감정이 마른 콘크리트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내 마음이 무너지고 오열하고 있는데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괜찮아, 남들도 다 이렇게 살아" 하며 무심하게 지나치고 계셨던 건 아닌지요.

제가 단언컨대 말씀드립니다. 그건 나를 지키는 게 아니라, 내 영혼을 버려진 공간으로 방치하는 일입니다!

언어를 잃어버린 마음은 살아있어도 화석과 같습니다. 이제 그 딱딱해진 껍질을 깨부수고, 당신 안에 가두어둔 붉은 마음을 밖으로 꺼내놓으셔야 합니다.


폐허 속에서도 예술은 살아 숨 쉰다

오래전 베트남 다낭의 빛바랜 거리를 걸을 때였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허름하고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에 그려진 그라피티 한 폭이 제 발걸음을 완전히 묶어세웠습니다.

무릎을 꿇은 여인이 손끝으로 강렬한 붉은빛을 일으키며, 잃어버린 감정과 언어를 다시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거칠고 휑한 폐허 위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의 터질 듯한 마음을 색채와 형상으로 살아 숨 쉬게 만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붉은 그라피티를 바라보는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찌릿하게 아파왔습니다.

낯선 타국 공장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서러웠던 날들, 고단한 납기 앞에 마음을 졸이던 세월들… 나 역시 그 폐허 같던 시간 속에서 떨리는 손으로 잃어버린 언어들을 주워 담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괜찮니?" 그 말 한 줄에 하루가 살아난다

그라피티 속 여인의 붉은 손끝처럼, 글을 쓴다는 건 내 안의 가라앉은 온도를 확인하는 일입니다.

세상에 치여 차갑게 식어버렸던 마음에 가만히 손을 얹고,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주는 일이지요.

이 짧은 한마디에 꽉 막혀 있던 숨이 툭 터지고, 죽어 있던 하루가 비로소 다정하게 살아납니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기억이란 과거를 되살리는 일이라 했고, 롤랑 바르트는 글쓰기란 존재의 확인이라 했습니다. 거창한 철학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낙엽처럼 흩어진 단어들을 모아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나 자신을 살리고 누군가에게 따스한 체온을 건네기 위함이라는 것을요.


마음에 내리는 쉼표 처방전

글이 곧 사람이고, 사람이 곧 사랑이 되는 공간.

그곳이 제가 매일 새벽 커피를 내리며 당신을 기다리는 이유입니다.

오늘 밤, 거친 세상을 견디느라 피투성이가 된 당신의 마음에게 더 이상 냉정하게 굴지 마세요. 버려진 폐허 위에도 붉은 꽃이 피어나듯, 당신이 스스로에게 건네는 따뜻한 문장 하나가 모여 다시 살아갈 용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문장은 화석이 아닙니다.

오늘도 잃어버린 마음의 단어들을 하나씩 줍고 계신 당신에게, 제 마음의 온도를 가득 담아 이 한 줄을 건넵니다.




— 쉼표 JEONGS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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