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정신건강팀에는 팀장을 제외하고 세 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8월 초, 선임 직원이 사무관으로 승진해 구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축하할 일이었지만 후임은 오지 않았다. 결국 몇 가지 실무가 나에게 까지 넘어왔다.
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업무도 그 중 하나였다.
지원단은 최근에 생긴 조직이 아니다. 내가 실무자로 일하던 20여 년 전에도 있었다. 국가에는 중앙지원단이 있고 시·도에는 광역 단위의 지원단이 구성되어 운영된다. 이름만 보면 지역의 정신건강정바카라을 자문하고 현안을 살피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기구에 가깝다.
오랜만에 이 업무를 맡아 자료를 들여다보면서 조금 의문이 생겼다. 내가 보기에는 법에서 기대하는 역할보다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업을 지원하는 기능에 무게가 많이 실려 있었다. 부산 전체의 정신건강정바카라을 놓고 현안을 검토하거나 새로운 정바카라을 제안하는 역할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았다.
내년 2월이면 지원단을 다시 구성한다. 이왕 업무가 내게 왔으니 그때까지 현재의 운영방식을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3분기 지원단 회의에서 그런 의견을 말했다.
“지원단이 지금보다 부산시 정신건강정바카라 전반에 대한 자문과 정바카라 제안 기능을 좀 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몇몇 위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모두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
“그게 부산시 모든 분들의 의견입니까? 팀장 개인 의견입니까?”
“다른 시·도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확인해 보셨습니까?”
질문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 역시 근거 없이 운영방식을 바꾸자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날 회의장의 말투와 표정 속에는 질문 이상의 것이 섞여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운영해 왔는데 왜 갑자기 바꾸려고 하느냐는 뜻처럼 들렸다.
그 마음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공무원은 자주 바뀐다. 한 업무를 2년 맡으면 제법 오래 했다는 말을 듣는다. 반면 센터 직원이나 지원단 위원 가운데는 십 년 넘게 같은 분야에서 일한 사람도 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이 붙박이고 공무원이 떠내기일 수도 있다.
잠시 와 있다가 떠날 사람이 오래 굴러온 판을 들여다보고 “이건 좀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하면 반갑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공무원 중 한 사람이다. 더구나 이 업무는 원래 내 담당도 아니다. 결원이 생겨 임시로 맡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미 본 것을 못 본 척하기도 어려웠다.
회의에서 말을 꺼냈으니 확인은 해봐야 했다. 다른 시·도는 지원단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내부 전산망을 통해 자료를 요청했다. 복잡한 자료도 아니었다. 몇 가지 운영현황을 엑셀 한 줄에 정리해 보내 달라는 정도였다.
열흘쯤 지났을 때 회신을 세어 보았다.
두 곳이었다.
기다리면 몇 곳이 더 올 수도 있었겠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 사이 내가 확인하고 싶은 항목도 일부 달라졌다. 처음 공문으로 요청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자료가 필요해졌다.
정보공개청구를 생각했다.
공무원이 다른 행정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다는 것이 나 역시 편하지는 않았다. 행정기관끼리는 대개 공문을 보내고 전화를 하고, 담당자끼리 부탁하며 일을 처리한다. 그런 관계에서 정보공개청구는 아무래도 민원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자료가 없으면 다른 시·도와 비교할 수 없었고, 비교를 못 하면 회의에서 내가 던진 말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남는다.
결국 정보공개청구 버튼을 눌렀다.
다음 날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
한 시·도 담당자는 목소리부터 높았다.
“공무원 생활 20년 동안 공무원이 정보공개청구 하는 건 처음 봅니다.”
또 다른 담당자는 의회 업무로 정신없이 바쁜 시기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했다.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는 나도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내 목소리도 같이 올라갔다.
“공문으로 요청했는데 답이 없었고, 그 뒤 필요한 자료도 조금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겁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굳이 목소리를 높일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전화부터는 말투를 누그러뜨렸다.
“의회 업무로 바쁜 시기인 건 압니다. 어렵거나 복잡한 자료도 아니니 번거로우시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먼저 말을 누그러뜨리자 상대방의 목소리도 조금 낮아졌다.
그렇게 몇 통의 전화를 받고 다시 지원단 자료를 펼쳤다.
내년 2월이면 지금의 지원단 임기가 끝나고 다시 구성해야 한다. 그때까지 다른 시·도의 운영방식도 한번 비교해 보고, 지금 부산의 지원단이 법에서 정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살펴볼 생각이다.
내가 오래 맡을 업무는 아니다. 결원이 생겨 우연히 내 바카라상으로 넘어온 일이니 직원이 충원되면 다시 넘겨줄 수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내 바카라상 위에 있다.
자료를 다시 한 장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