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했나, 3대 통닭

그 시절, 거제시장 진주통닭

by박계장

골목으로 접어들자 후라이드 냄새가 훅 끼쳐왔다.


얼마 전 퇴근 무렵, 저녁을 먹으러 급양식당으로 가던 길이었다. 급양식당은 시청 직원들이 밥값을 장부에 적어 두었다가 한 달에 한 번씩 계산하는 식당이다. 그날 가려던 곳은 제육볶음을 시키면 된장찌개까지 함께 내주는 집으로, 거제시장 맞은편 골목 안쪽에 있었다.


그 골목을 여러 번 다녔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통닭 냄새가 오래 발을 붙들었다. 뜨거운 기름 냄새 사이로 살짝 카레 향 같은 것이 섞여 들어왔다. 어디서 많이 맡았던 냄새인데 금방 생각나지 않았다. 몇 걸음 걷다가 오래전 거제시장 진주통닭이 떠올랐다.


십오 년쯤 전, 그 집 앞을 지날 때 맡았던 냄새와 닮아 있었다.


그날 지나던 곳은 진주통닭이 아니었다. 진주통닭은 지금도 거제시장 골목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나는 언제부터인가 찾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다른 가게에서 맡은 냄새 하나가 오래전 그 통닭 맛을 불러냈다.


이미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지만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결국 그 통닭집에 후라이드 한 마리를 주문해 두고 급양식당으로 향했다. 식사를 마친 뒤 통닭을 찾아 들고 다시 시청으로 돌아왔다.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조금 남아 있었다.


통닭 봉지를 한쪽에 두고 남은 일을 마저 했다. 일을 하는 동안 봉지 사이로 튀김 냄새가 간간이 올라왔다. 조금 전 저녁을 먹고 왔는데도 냄새를 맡을 때마다 한 조각 뜯어 먹고 싶었다.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하던 일을 정리한 뒤 짐을 챙겨 퇴근했다. 집에 도착해 봉지를 풀자 골목에서 맡았던 냄새가 다시 올라왔다.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몇 번 씹었다.


내가 기억하던 그 맛은 아니었다.


진주통닭을 자주 먹었던 것은 십오 년쯤 전이다. 그때도 여름은 더웠다. 지금은 한여름이면 사무실 에어컨이 하루 종일 돌아가지만 당시에는 공공기관의 에너지 절약 방침 때문에 냉방이 지금처럼 충분하지 않았다. 컴퓨터와 복사기 같은 사무기기는 하루 종일 열을 내고, 넓은 사무실에 사람까지 빼곡하게 들어앉아 있으니 한여름이면 실내가 금세 달아올랐다.


점심시간이 되면 그 더운 사무실을 빠져나오는 것부터 반가웠다. 밖으로 나오면 아스팔트에서 열기가 올라왔지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에어컨 바람이 먼저 몸에 닿았다. 밥을 다 먹고도 조금 더 앉아 있다가 돌아가고 싶은 날이 많았다. 더위가 며칠씩 이어지면 밥맛도 떨어졌다.


그럴 때면 팀원들과 거제시장 진주통닭으로 향했다. 시청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점심도 같은 팀 사람들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았다. 네댓 명이 “오늘은 밥 말고 통닭이나 먹자”고 하면 팀의 막내였던 내가 전화를 걸어 후라이드 한 마리를 주문했다.


우리가 통닭을 먹던 곳은 진주통닭 가게 안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에는 손님이 뜸한 인근 횟집의 방을 빌려 앉곤 했다. 시장 안에서는 한 가게의 음식을 다른 가게의 빈자리에 가져다 먹는 일이 그리 낯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주문해 둔 통닭을 횟집 방으로 가져다주었고, 우리는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방에 둘러앉아 통닭 한 마리를 가운데 놓았다.


몇 점씩 뜯어 먹으면 그것으로 점심이 되었다. 더워서 밥맛이 없다면서 뜨거운 기름에 갓 튀긴 닭을 먹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래도 밥 한 그릇은 부담스러운데 바삭한 튀김옷에서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는 통닭은 이상하게 잘 넘어갔다. 닭다리 하나, 날개 하나씩 집어 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한 시간의 점심시간도 금세 지나갔다.


어떤 날에는 통닭 대신 백숙을 먹기도 했다. 후라이드 전문점이었지만 단골손님들에게는 메뉴판에 없는 백숙을 내어 주곤 했다. 마늘과 황기를 넣어 푹 삶은 닭 한 마리가 커다란 쟁반에 놓여 나오면 우리는 뜨거운 김을 피해 가며 살을 뜯어 먹었다. 닭을 거의 다 먹고 나면 마지막에는 뜨거운 닭죽까지 한 그릇씩 떠먹었다. 이마에 땀이 맺혀도 식당 안은 시원해서 서둘러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가능하면 오래 앉아 있다가 시간이 다 되어 갈 무렵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한낮의 시장 골목을 걸었다. 시청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으면 조금 전까지 잊고 있던 더위가 다시 몸에 달라붙었다.


그 무렵 진주통닭은 부산의 3대 통닭 가운데 하나라고들 했다. 누가 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는 그 말이 제법 대단하게 들렸다.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을 텐데 우리는 점심시간에 걸어서 다녔다. 부산에서 손꼽힌다는 통닭집이 우리에게는 입맛 없는 날 밥 대신 몇 점 뜯으러 가는 가까운 점심집이었다.


십오 년이 지나 골목에서 비슷한 냄새를 맡고 다시 통닭을 사 보았지만 그때의 맛은 찾지 못했다. 재료가 달라졌을 수도 있고 튀기는 방법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내 입맛도 그동안 달라졌을 것이다.


그때 함께 시장으로 걸어가던 사람들은 모두 퇴직했고 이제 나만 남았다. 사무실의 풍경도 달라졌고 여름을 견디는 방법도 달라졌다. 나 역시 그때보다 십오 년을 더 살았다.


땀에 젖은 셔츠를 입고 시장으로 걸어가던 길, 통닭 한 마리를 가운데 놓고 둘러앉았던 사람들, 점심시간이 끝나 갈 무렵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던 모습이 그 냄새를 따라 함께 돌아왔다.


그날 사 온 통닭에서는 끝내 예전의 맛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후라이드 냄새 하나가 십오 년 전 여름을 다시 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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