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감사가 어깨를 펴게 하는 순간들
“존경합니다.”
얼마 전부터 다른 부서의 한 후배가 나를 마주칠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말만 하는 것도 아니다. 복도 저쪽에서 나를 발견하면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운다.
“놀리지 마라.”
나는 늘 웃으며 받아넘긴다. 그렇다고 그 말이 싫은 것은 아니다.
얼마 전 그 후배가 촉박한 일정 안에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며 도움을 청해 왔다. 나는 자료의 순서를 바꾸고, 빠진 내용을 채우고, 발표 흐름을 함께 들여다보았다. 평소 해오던 일이어서 나로서는 대단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후배는 내가 해준 일을 생각보다 크게 받아들였다. 그 뒤로 복도에서 만날 때마다 ‘존경합니다’가 인사가 되었다.
누군가 내 말에 잘 웃어 줄 때도 비슷하다. 별다른 재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상대가 웃으면 내가 방금 한 말이 조금은 괜찮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한마디만 하고 그칠 이야기를 두세 마디 더 하게 될 때도 있다. 그 웃음이 내 말을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말을 계속할 마음은 만들어 준다.
얼마 전 본 드라마에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시나리오 작업에 지쳐 있던 영화감독에게 함께 일하는 사람이 그의 이야기를 재미있어하고 능력을 인정해 준다. 별것 아닌 말 몇 마디인데 감독의 표정이 달라졌다. 막혀 있던 작업도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보다가 복도에서 엄지를 들어 보이던 후배가 생각났다.
온라인 게임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사람마다 일을 맡기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잘못한 것을 먼저 찾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단 한번 해보라며 등을 밀어 주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 나를 믿어 주는 상사와 일할 때 어려운 일을 조금 덜 망설였다. 낯선 일을 맡기면서 “한번 해 봐”라고 하면, 막막하면서도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상사라고 해서 언제나 직원을 격려하는 쪽에만 서는 것은 아니다. 직원의 한마디가 상사의 마음을 움직일 때도 있다. 수고했다는 말이나 일이 잘되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마음은 직급이 올라간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그렇다는 것을 그 후배 덕분에 새삼 알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가운데에는 내 이야기에 잘 웃어 주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한 일을 지나치지 않고 알아봐 주거나, 별것 아닌 말에도 반갑게 반응해 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있으면 내가 실제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했고, 가진 능력보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며칠 전에도 복도에서 그 후배를 만났다.
그는 나를 보자 또 엄지를 세웠다.
“존경합니다.”
나는 이번에도 웃으며 말했다.
“놀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