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완벽한 미끼

속도위반 과태료 스미싱

by박계장

머그잔 위로 기름지고 고소한 김이 옅게 피어올랐다. 신진대사를 돕는다는 기버터 한 숟갈에 소금 한 꼬집, 곱게 간 깨소금을 얹어 저은 아침 차다. 따뜻하고 묵직한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며 밤새 굳어 있던 감각을 깨운다.


욕실에 들어가 기능성 샴푸로 거품을 낸다. 편리함과 출근 시간을 아끼려는 마음에 바디워시 하나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충 씻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거울 속에 비친, 윤기를 잃고 푸석하게 가라앉은 머리카락을 마주한 뒤로는 그 무심했던 효율을 버렸다. 샴푸 후에는 트리트먼트를 발라 헹궈내고, 젖은 머리칼 끝에 에센스를 꼼꼼히 문질러 스며들게 한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머릿결의 감촉이 제법 매끄럽다.


출근 채비를 마치고 14년 된 쉐보레 올랜도의 묵직한 차 문을 열었다. 매립해 두었던 낡은 네비게이션은 까맣게 죽은 지 오래다. 대신 운전석 계기판 위에 붙여둔 거치대에 스마트폰을 단단히 끼우고 익숙하게 티맵을 켰다. 화면 뒤로는 평소 듣던 유튜브 방송도 함께 틀었다. 모든 것이 통제 아래 있는, 매끄럽고 평온한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었다.


제2만덕터널을 빠져나오자 미남교차로에는 붉은 브레이크 등들이 길게 엉켜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의 붉은 정체 구간을 힐끗 보고는, 익숙하게 사직동 쪽으로 핸들을 꺾었다. 아는 길이어도 네비게이션은 반드시 켜둔다. 어디 숨어 있는지 모를 무인 카메라는 불시에 운전자를 옥죄니까. 몇 해 전 수차례 과태료 고지서를 받고 나서야 몸에 밴 습관이었다.


종합운동장 사거리에 다다를 즈음, 스피커를 채우던 방송이 끝났다. 다음 영상을 고르려 계기판 위 스마트폰의 네비 어플을 잠시 밀어두었다. 화면이 가려진 그 몇 초의 공백 동안, 평소라면 요란하게 울렸을 단속 카메라 안내 멘트도 함께 묻혀버린 줄은 몰랐다.

빨간불로 바뀌는 신호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정지선에 부드럽게 차를 세우고 무심코 앞을 올려다보았을 때였다. 신호등 바로 옆, 허공에 툭 불거져 매달린 시커먼 단속 카메라 렌즈와 정면으로 시선이 얽혔다.

서늘한 예감에 계기판으로 빠르게 눈을 내렸다. 속도계의 바늘은 60에서 50을 향해 느릿하게 떨어지는 중이었다. 이곳의 제한 속도는 50. 몇 해 전, 내게 출퇴근 시간에 각각 한 번씩 과태료 고지서를 안겨주었던 바로 그 마의 구간이었다.


시청 사무실에 앉아서도 신경은 온통 과태료 4만 원에 가 있었다. 서류를 들여다보다가도 슬그머니 핸드폰을 열어 경찰청 교통민원 어플을 새로고침했다. 화면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오후 두 시. 키보드를 두드리던 중 바카라상 위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는 '경찰청'이었다. 링크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화면 상단에 조악하게 박힌 경찰 마크를 의심할 겨를이 없었다. 하단 빈칸에 서둘러 전화번호를 밀어 넣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먹통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액정을 두 번, 세 번 연거푸 꾹꾹 눌러댔다.


화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제야 목덜미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묘한 위화감에 인공지능 어플을 열어 아침부터의 상황을 쫓기듯 입력했다. 돌아온 활자는 건조하고 단호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스미싱입니다."


휴대폰 설정 창을 열어 알 수 없는 앱이 깔렸는지 샅샅이 뒤졌다.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다.


몇 해 전 비슷한 문자를 받았을 때는 코웃음을 치며 지워버렸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낚싯바늘이 너무 허술해 보였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아침부터 싹터 있던 얄팍한 죄바카라감이 스스로 시야를 가려버린 탓이다. 사기꾼이 허공에 던진 허술한 덫을 완벽하게 만든 건, 공교롭게도 내 안의 불안감이었다. 알량한 감정이 얼마나 쉽게 이성을 마비시키는지, 그 틈을 파고든 스미싱 문자는 소름 끼치도록 정확했다.


며칠이 지나도록 교통민원 어플에는 단속 내역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카메라에 찍히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바카라상 위, 검게 꺼진 휴대폰을 집어 들고 화면이 바닥을 향하도록 엎어 두었다. 모니터 너머에서 누군가 서류를 복사하는 소리만이 일정한 간격으로 사무실의 정적을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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