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가는 것은 힘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멀리 가는 것은
힘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종이 한 장을
천천히 접는다.
한 번 접고,
다시 한 번 접으면
평범하던 종이는
조금씩
하늘을 꿈꾸는 모양이 된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가볍게 밀어 보낸다.
날아가는 것은
종이인데,
먼저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었다.
종이비행기는
바람과 겨루지 않는다.
밀어내려 하지도,
거슬러 오르려 하지도 않는다.
잠시 몸을 맡긴 채
자신만의 방향을 찾아간다.
모든 바람을 이겨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바람에는
기꺼이 등을 내어 주는 일.
그래서 더 멀리 닿는 날이 있다.
세상이
높이 날으는 비행기만 기억할지라도
종이비행기는
멀리보다
즐겁게 나는 법을 알고 있다.
잠깐 하늘을 스쳤을 뿐인데,
그 짧은 비행은
던진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데려가준다.
삶에는 더 힘껏 날아야 하는 날보다, 바람이 바뀌었음을
알아차려야 하는 날이 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삶은
날개가 커져서 멀리 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믿을 줄 알기에
조금 더 오래 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멀리 날아간 종이비행기 하나가
어느 이름 모를 곳에 내려앉는다.
하늘을 다 가진 적도,
바람을 이긴 적도 없지만
한동안 제 몸보다 먼 곳을 날았다.
살아간다는 것도 조금은 그렇지 않을까
끝내 닿은 곳보다
한 번쯤 온몸을 맡겨 본 바람이
생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것.
오늘도 어디선가
작은 종이비행기 하나,
제게 온 바람을 밀어내지 않고
가만히 먼 쪽으로 기울어 간다.
멀리 가지 못한 날에도 하늘은 있었다.
삶은 모든 바람을 이겨 내는 일이 아니라, 때로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나만의 방향을 찾아가는 일이지 않을까. 바람이 달라진 날, 종이비행기는 길을 잃지 않는다. 다만, 한쪽 날개를 조금 기울여 아직 가보지 않은 하늘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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