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체온이 서서히 식어갔다.
“열이 불덩이네.”
아내가 지독한 독감에 걸렸다. 겨드랑이 사이에 수은 체온계를 넣고 수시로 체온을 재었다. 머리맡에 차가운 물그릇을 놓고 수건을 적셔 이마에 얹어주기를 반복했다. 고열 탓인지 몸은 축 늘어졌고, 힘이 없어 보였다.
팔다리를 주무르고 이마를 짚어보았다. 손바닥에 전해지는 고열이 걱정스러워서다. 새벽녘, 아내가 곤히 잠들었다. 잠이 깰까 조심스레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보았다.
젊은 시절, 광양제철소를 견학한 적이 있다. 거대한 용광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쇳물은 마치 화산이 폭발하여 쏟아내는 용암 같았다. 강렬한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그 순간 단순히 쇠를 녹이는 불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생명력이 느껴졌다.
용광로는 한 번 불을 지피면 멈출 수 없다고 한다. 오랜 시간 뜨거운 열을 유지해야 하고, 한 번 식어버린 고로를 다시 살리는 일은 새로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뿐 아니라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단다.
그때는 그 말을 제철소의 설명으로만 들었다. 세월이 지나 용광로의 강한 열기는 사람의 삶과도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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