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세 가지 소원

친구가 그리운 날

by순간수집가

이웃집 요숙이네 집에는 풍금이 있었다.


담장 너머로 날아드는 음표의 메아리가 나를 자꾸 끌어당겼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 사이였지만, 오히려 풍금을 가르쳐 달라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도 나름의 자존심이라는 게 존재했던 걸까.

​어렵사리 노래 한 곡이라도 쳐보고 싶다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요숙이는 언제든 와서 쳐도 좋다고 환하게 답해주었다.

안방 겸 거실에 놓인 풍금 앞에 나란히 앉아, 연주라 할 수도 없는 소리를 뚱땅거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요숙이 부모님에겐 여간 소리 공해가 아니었을 테다.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악보도 볼 줄 모르던 나는 친구의 지도로 음을 하나씩 외워가며 마침내 한 곡을 완성했다. 그 곡이 바로 ‘고양이 왈츠’였다.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눈을 감고 칠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연주곡이다.

​신문지국을 운영하던 요숙이네 집에는 자전거도 있었다. 너무나 타보고 싶고 배우고 싶어, 이번에도 용기를 내어 자전거를 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요숙이는 신문 배달이 없는 저녁 시간에 맞춰 흔쾌히 자전거를 내어주었다.

​그렇게 사흘 동안 혼자 운동장에서 발을 받칠 만한 곳을 찾아 오르내렸다. 수십 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한 끝에, 나는 마침내 혼자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갖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부모님께 글을 적어 보여드린 적이 있다.


1. ​피아노
2. ​자전거
3. ​반바지


​아버지는 글을 보시고는 한숨을 길게 쉬시며, 일단 3번부터 사주겠다고 하셨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아버지는
"그때 너에게 피아노를 배우게라도 해줄걸"
하며 미안해하곤 하셨다.


괜찮아요, 아버지...

​다정한 내 친구 요숙아

너무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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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옛 기억이 떠올랐을까?

초등학교 시절 제일 친했던 친구 요숙이는

삼십 대에 불의의 사고로

내 곁을 멀리멀리 떠났다.


오늘은

아버지도

친구도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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