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를 보다가 든 생각
고구마와 사이다 사이
관심 있는 드라마를 보다 보면, 드라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댓글을 읽어보게 된다.
'오늘도 고구마다.'
'드디어 사이다!'
처음엔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왜 우리는 답답함을 고구마라 하고, 후련함을 사이다라 부르게 되었을까
감정이 음식이 된 시대.
예전에도 답답한 마음은 있었다.
그때는
'가슴이 먹먹하다',
'속이 탄다',
'애간장이 녹는다'라고 말했다.
몸의 감각을 빌려 마음을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몇 시간 동안 쌓인 감정도
'고구마.'
단 한 단어로 정리된다.
후련함 역시
'사이다.'
한 모금이면 끝난다.
언어는 시대를 닮는다.
빨라진 세상은 감정마저 압축하기 시작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는 고구마와 사이다 사이에서
감정을 이해하기보다 소비하는 법을 먼저 배운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오래된 말들이 그리워졌다.
먹먹함.
애틋함.
애잔함.
서운함.
한 단어 안에 쉽게 번역되지 않는 결들이 살아 있는 말들.
고구마도 맞고 사이다도 맞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두 단어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는 사이다를 기다리는 동안
고구마 같은 시간이 사람을 얼마나 깊게 만드는지
조금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