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오늘의 시 한 모금

by순간수집가

제1부 : 환각의기하학

고하건대 우주는노란색포효로가득찬거대한위장이다
비린내나는황금빛글의감옥속에서
기쁨은비겁한착각이었고슬픔은게으른환각이었다
내손바닥에완고하게엉겨붙은점액질의생과
밤송이처럼발작하는신경의삐죽거림만이
유일하게만질수있는입체적고립.
어쩌다허락되는파란색한조각은
천만볼트의낙뢰로명치를타격하고지나갔다
나는그시린흉터를'그리움'이라오독하며
뒤틀린무늬의세계를간신히걸어가고있는것이다



제2부 : 동시성궤도

그대가나를향해검은아가리를벌린대포를쏠때,
나는나의뼈대를깎아스펀지달린시소를세운다.
날아오는죽음의무게를굴려
다시그대라는생의과녁으로되돌려보내는잔혹한유희.
그대의심장을궤멸시키고싶은파괴의본능과
누군가나를멈춰주길바라는구걸같은고마움이
하나의좌표위에서동시(同時)의상태로격돌한다.
나의아(我)와비아(非我)가서로를죽이지못해안달이난채로,
우리는미움마저폭신하게포장하여굴려보내며
이찬란하고도위선적인궤도위에서끝없이추락한다



제3부 : 정점의중턱

산아래의소란들은마당을어지르며분주히늙어간다
그들이시간이라는채찍에휘둘려생을탕진할때,
나는모든진동이멈춘중턱에홀로앉아
시간의목줄을끊고그것을영원히유배시킨다
​늠실늠실저물어가는노란우주의자궁속에서
마지막까지선명한다하나의질감은
그대의공포를내신경망으로그대로옮겨와물들이는따스한전율
​미끄러운탄생과까칠한사멸의모서리사이,
나는흐르지않는화석의시간위에그대를새기고
조용히, 우주의마지막심장박동을조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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