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마음속에 계신다고......
내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이맘때가 되면
어릴 적 절에서 달아주던 연꽃 모양의 꽃핀이 떠오른다.
가슴 한편에 달고 다니면
괜히 하루가 조금 특별해졌던 시절이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절에 가면
사람들은 북적였고
마당에는 형형색색 연등이 바람에 흔들렸다.
무엇보다 기다려졌던 건
절에서 나누어주던 절밥이었다.
커다란 양은그릇에 담긴 비빔밥과 국,
정갈한 나물 반찬들.
이상하게도 집에서 먹는 밥과는 다른 맛이 났다.
어쩌면 음식보다 함께 둘러앉아 먹던 마음의 분위기가 더 특별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불교학생회 활동도 했다.
방학이면 수련회를 갔고,
친구들과 졸린 눈을 비비며 1080배를 하기도 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절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마음의 모서리를 조금씩 닳게 만들었던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포항 오어사다.
새벽 공기,
축축한 나무 냄새,
조용히 울리던 목탁 소리.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그곳의 공기는 아직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다.
스무 살 무렵에는
부모님과 함께 구인사 사찰순례 여행도 다녀왔다.
산길을 따라 올라가며
엄마 아버지와 나란히 걷던 풍경이
지금은 오래된 필름처럼 희미하게 반짝인다.
결혼 후
특별한 신앙생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법당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조금 느려지고
사람 마음의 속도가 원래 이랬던 것처럼 돌아온다.
엄마는 오랜 시간
여러 사찰을 다니며 백일기도를 하셨다.
간절한 날도 있었고
조용히 자신을 다독이던 날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엄마는 말씀하신다.
“이제는 어디 한 곳에 적은 안 두려고.”
예전처럼 단골사찰을 정해 오래 머물기보다
마음 가는 곳이면 어디든 가볍게 들르시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웃으신다.
“내 마음속에 부처님이 계시면 됐지.”
그 말을 듣는데
오히려 오랜 시간 절을 다녀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처럼 들렸다.
젊은 날의 나는
부처님을 먼 곳에서 찾았던 것 같다.
연등 아래에서,
산속 절에서,
긴 기도 끝에서.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 애쓰는 마음이나
오늘 하루를 조금 다정하게 살아내는 일이
어쩌면 더 깊은 수행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다시 연등이 켜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마
어릴 적 꽃핀을 달고
절밥을 기다리던 아이처럼
잠시 마음이 환해질 것 같다.
내일은 엄마와 가까운 절에 다녀와야겠다.
"부처님 오신날 " 글씨로 완성한 부처님(스레드지인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