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햇볕을 받고 운동을 하기 위해 매일 오후 1시에 담장 너머 석류가 탐스럽게 열린 집을 지나간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곳을 지날 때면 사진에 석류를 담고 있다.
함께 걷던 언니가 "고향인 진주에서는 석류를 많이 봤는데 이곳 중부지방에서는 처음 본다."라고 했다. 나도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석류를 처음 본 것은 스무 살 때, 정물화를 그리기 위해 마른 석류 다섯 개를 구입했을 때였다. 그리고 스물네 살 때, 목포 유달산 올라가는 초입 오른쪽 담장 낮은 집에 석류가 많이 열려 있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마른 석류만 보다가 나무에 열린 아직 덜 익은 석류를 보았던 기억은 지금도 또렷이 남아 있다.
그때 목포에 간 것은 홍도 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은행 입사 동기 세 명과 함께 근무하던 여직원 한 명, 그렇게 네 명이 홍도 여행을 가기로 하고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목포에 갔다. 그런데 홍도행 배표를 사러 갔더니 배가 막 떠났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두는 한산했고, 건장한 남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숙소를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목포에서 묵을 계획이 없었기에 그 사람을 따라갔다. 부둣가 옆 어느 여인숙이었다. 처음 들어가 보는 여인숙이라는 숙소의 방은 문을 잠가 보았는데도 잠기지 않았다. 우리는 이곳에서 묵을 수 없다고 하고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무서웠다. 낯선 지역에서 방을 소개해 준다는 남자부터가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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