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강아지(룰루)의 밥상

by해윤이

아들 내외가 일하러 가는 동안 강아지 룰루가 우리 집에 와서 낮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룰루가 처음 왔을 때는 밥을 잘 먹지 않았다. 그날은 그냥 돌아갔다.


다음 날 또 왔을 때, 룰루가 하품을 하는데 치아 옆에 까만 것이 보였다. 아들에게 강아지 치아가 썩은 것 같다고 했더니, 아들은 매일 이빨을 닦아 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내가 성화를 부리니 아들은 동물병원에 예약을 했다. 공교롭게도 예약한 날이 아들의 생일이었다. 며느리가 병원은 나중에 가고 생일잔치를 하자고 했는데, 아들은 강아지 아픈 것이 먼저라며 병원에 갔다고 한다. 어금니는 발치를 해야 할 것 같고, 다른 치아는 치석을 제거해야 한다고 해서 예약을 하고 왔는데, 룰루가 밥을 잘 안 먹으니 살을 좀 찌워야 한다고 했단다.


다음 날 룰루가 우리 집에 왔는데 역시 밥을 먹지 않았다. 치아가 약해서 딱딱한 사료를 씹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강아지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유튜브를 보기 시작했다. '늙은 강아지 밥'이라고 검색하니 강아지 밥을 어떻게 먹여야 하는지, 양념을 하면 안 되는 이유, 마늘이나 양파를 먹이면 안 된다는 것까지 알려 주는 영상이 있었다. 나는 냉동실을 열어 소고기 분쇄한 것을 꺼내고 양배추와 당근을 곱게 다졌다. 소고기를 익히고, 양배추와 당근도 물을 조금 넣어 익혔다. 국물이 자작해지면 개사료를 넣고 뚜껑을 덮어 살짝 불린 뒤 밥그릇에 담아 주었다. 룰루는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그렇게 며칠을 먹이니 몸이 튼실해지는 것 같았다.


강아지 밥을 만들어 주는 일도 꽤 신경이 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윗집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강아지 치아가 안 좋으면 돼지등뼈를 끓여서 주라고 했다. 고기를 뜯어 먹다 보면 약한 치아는 빠지기도 하고 치석도 다 떨어져 나간다는 것이다. 정육점에서 만 원어치를 사다 끓여서 절반은 룰루 몫으로 덜어 놓았다. 돼지등뼈 두 개를 주었더니 얌전하던 룰루가 체면을 차리지 않고 뜯어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아들 며느리와 소통하는 카톡방에 링크를 보냈다. 그랬더니 며느리가 턱뼈를 다칠 수도 있다고 해서 덜컥 겁이 났다. 얼른 뼈를 빼앗아 고기만 뜯어서 밥그릇에 넣어 주었다. 그 뒤로는 고기만 발라서 준다. 룰루는 돼지등뼈를 정말 좋아했다. 그런데 사람도 한 가지 음식을 두 번 이상 주면 싫증 나듯, 강아지도 같은 음식을 반복해서 주면 싫어했다.


나는 강아지 사료를 어떻게 하면 잘 먹게 할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룰루는 사료를 좋아하지 않았다. 사료는 아마 사람이 편하려고 만든 음식인가 보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닭가슴살을 삶아 사료와 섞어 주기도 하고, 닭가슴살에 야채와 쌀밥을 섞어 주기도 하고, 소고기를 볶아 야채와 섞어 주기도 했다. 아귀탕을 끓일 때도 룰루 몫은 양념 전에 푹 익혀 따로 떠 놓았다. 영양이 부족하지 않게 하려고 애쓴 덕분인지 털이 반질반질해졌다. 요즘은 다이소에서 파는 풀무원 강아지용 육포를 이용하기도 한다. 육포 한 개를 잘게 썰어 밥에 섞어 주었더니, 사료를 오독오독 씹으며 잘 먹는다. 치아나 잇몸도 좋아진 것 같다.


강아지 밥을 만드는 일이 하루 일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아들과 며느리가 룰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 좋다. 오늘도 룰루는 반질반질한 털을 흔들며 밥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다음 에서는 룰루와 산바카라하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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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경이로운 삶을 기록하는 사람. 23년째 교실 밖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배움의 현장을 지켜왔고, 그 시간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이야기들을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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