룬달레 궁전, 발트의 베르사유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발트해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라트비아에 이른다. 수도 리가에서 남쪽으로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평원에 화려한 바로크 궁전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룬달레 궁전(Rundāle Palace)이다.
연한 노란색과 흰색으로 장식된 긴 건물, 완벽한 좌우 대칭의 정면, 궁전 뒤편으로 펼쳐지는 기하학적인 정원. 이곳은 흔히 ‘발트의 베르사유’라고 불린다.
그러나 룬달레 궁전을 단순히 베르사유를 닮은 아름다운 궁전으로만 바라보기에는 이곳에 담긴 역사가 깊다. 궁전에는 18세기 발트 지역을 둘러싼 러시아와 유럽의 정치적 관계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오늘날 라트비아 땅에는 한때 쿠를란트·젬갈레 공국(Duchy of Courland and Semigallia)이 존재했다. 룬달레 궁전은 바로 이 공국의 통치자였던 에른스트 요한 폰 비론(Ernst Johann von Biron)을 위해 건설된 여름 궁전이었다.
비론은 러시아의 여제 안나 이바노브나의 총애를 받아 권력의 중심에 오른 인물이다. 그는 1735년 룬달레 영지를 구입했고, 이듬해 새로운 궁전 건설이 시작되었다. 1737년에는 쿠를란트 공작이 되었다.
여기에서 49화 카드리오르그 궁전과 50화 룬달레 궁전이 연결된다. 카드리오르그가 표트르 대제 시대 러시아의 발트해 진출을 보여주었다면, 룬달레는 그 이후 발트 지역의 귀족 권력과 러시아 황실이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사진 캡션 |룬달레 궁전의 정면과 안뜰. 라스트렐리가 설계한 좌우 대칭의 구성에서 18세기 바로크 궁전 건축의 질서와 장엄함을 확인할 수 있다.
룬달레 궁전을 설계한 사람은 프란체스코 바르톨로메오 라스트렐리(Francesco Bartolomeo Rastrelli)였다.
그의 이름은 러시아의 왕궁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렵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과 차르스코예 셀로의 예카테리나 궁전을 설계한 바로 그 건축가다.
비론이 1735년 룬달레 영지를 사들인 뒤 라스트렐리는 쿠를란트로 왔고, 1736년 궁전의 초석이 놓였다. 그러나 공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1740년 러시아 궁정의 권력 변동으로 비론이 체포되어 유배되면서 공사도 중단되었다. 1760년대 비론이 쿠를란트로 돌아온 뒤 공사가 재개되었고, 라스트렐리 역시 다시 건설에 참여했다.
따라서 룬달레 궁전은 한 번에 완성된 건물이 아니다. 1736~1740년의 첫 번째 건설과 1764년 이후의 두 번째 건설이라는 정치적 단절을 품고 있다.
사진 캡션 |룬달레 궁전의 황금의 방. 금빛 스투코 장식과 천장화가 결합된 화려한 공간으로 공작의 공식 접견에 사용되었다.
룬달레 궁전 내부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 가운데 하나가 황금의 방(Gold Hal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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