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리오르그 궁전, 표트르 대제가 발트해에 세운 궁전
핀란드 헬싱키에서 발트해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오면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 닿는다. 중세의 성벽과 첨탑으로 유명한 탈린이지만, 도시의 동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면 전혀 다른 시대의 풍경이 나타난다. 넓은 공원과 정원 한가운데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바로크 궁전, 카드리오르그 궁전(Kadriorg Palace)이다.
이 궁전의 역사는 러시아 황제 표트르 대제의 시대와 맞닿아 있다. 대북방전쟁이 아직 끝나기도 전인 1718년, 표트르는 새롭게 확보한 발트해 연안에 황실의 여름 궁전을 짓기 시작했다. 궁전의 이름 ‘카드리오르그’는 그의 아내 예카테리나 1세를 기리는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독일어로는 ‘카타리넨탈(Catharinenthal)’, 곧 ‘예카테리나의 계곡’이라는 뜻이었다.
카드리오르그 궁전을 이해하려면 먼저 표트르 대제가 왜 이곳에 궁전을 세웠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18세기 초 러시아는 스웨덴과 대북방전쟁을 벌이며 발트해로 진출했다. 표트르 대제에게 발트해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었다. 서유럽과 연결되는 통로였고, 러시아가 유럽의 강대국으로 등장하기 위한 전략적 공간이었다.
그는 새로운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건설하는 동시에 발트해 곳곳에 러시아 제국의 존재를 드러냈다. 당시 레발(Reval)이라 불렸던 탈린 역시 그 중요한 거점 가운데 하나였다. 카드리오르그 궁전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탄생했다. 공식 박물관 자료 역시 이 궁전을 표트르가 러시아를 유럽 문화권의 일부로 보여주려 했던 정바카라과 연결해 설명한다.
표트르 대제는 1714년 탈린 근처의 여름 별장이 있던 땅을 구입했고, 1718년 본격적으로 궁전과 공원의 건설을 시작했다. 궁전에는 그의 두 번째 아내이자 훗날 러시아 최초의 여제가 되는 예카테리나 1세의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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