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센보르성, 왕의 여름궁전에서 왕실 보물의 공간으로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한가운데에는 높은 첨탑을 가진 붉은 벽돌의 성이 자리하고 있다. 로센보르성(Rosenborg Castle)이다. 프레데릭스보르성이 호수와 정원을 거느린 거대한 왕궁이라면, 로센보르성은 규모가 훨씬 아담하다. 그러나 이 작은 성 안에는 덴마크 왕실의 역사를 보여주는 왕관과 보석, 왕실의 생활용품과 예술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로센보르성을 세운 왕은 프레데릭스보르성을 건설했던 크리스티안 4세(Christian IV)였다. 한 왕이 남긴 두 성은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 프레데릭스보르성이 왕권의 위엄을 보여주는 공식적인 무대였다면, 로센보르성은 처음에는 왕이 도시 밖에서 휴식하기 위해 마련한 여름 별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왕의 사적인 공간은 덴마크 왕실의 가장 귀중한 보물을 간직한 장소가 되었다.
17세기 초의 코펜하겐은 오늘날보다 훨씬 작은 도시였다. 크리스티안 4세는 당시 성벽 밖에 있던 지역에 정원을 조성하고 작은 여름 별궁을 짓기 시작했다.
1606년 처음 마련된 건물은 이후 여러 차례 증축되었고, 1624년 무렵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왕은 이곳을 무척 좋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년에도 로센보르성에 머물렀으며 1648년 이곳에서 생을 마쳤다.
처음부터 거대한 국가적 의식을 위해 만들어진 궁전은 아니었다. 왕이 정원 속에서 휴식하고 생활하기 위한 비교적 사적인 공간이었다.
오늘날 로센보르성을 둘러싸고 있는 왕의 정원(King's Garden, Kongens Have)은 이러한 성의 기원을 지금도 보여준다. 왕을 위해 조성되었던 정원은 이제 코펜하겐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도시의 공원이 되었다.
로센보르성의 외관에서는 프레데릭스보르성과 닮은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붉은 벽돌의 벽체와 사암 장식, 높은 첨탑과 장식적인 박공은 당시 덴마크 왕실 건축에 널리 나타났던 네덜란드 르네상스 양식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러나 프레데릭스보르성과 비교하면 규모와 공간이 훨씬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거대한 왕궁이라기보다는 정원 속에 자리한 우아한 성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건축은 왕의 권력을 표현하지만 모든 왕궁이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프레데릭스보르성이 규모와 장엄함을 통해 왕권을 보여주었다면, 로센보르성에서는 왕의 취향과 생활 방식이 보다 가까이 드러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