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스보르성, 호수 위에 세운 덴마크 왕권의 기억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힐레뢰드(Hillerød)라는 작은 도시를 만나게 된다. 이곳의 성호수(Slotsø)를 바라보고 서 있는 거대한 붉은 벽돌의 성이 프레데릭스보르성(Frederiksborg Castle)이다.
앞서 살펴본 크론보르성이 외레순 해협을 통제하며 덴마크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여주었던 요새라면, 프레데릭스보르성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다. 이곳은 덴마크 왕들이 자신들의 권위와 역사를 건축과 예술을 통해 드러낸 공간이었다.
오늘날 프레데릭스보르성은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하는 르네상스 건축물이자 덴마크의 역사를 보존하는 국립역사박물관으로 남아 있다.
프레데릭스보르성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축물 자체보다 그 위치이다. 성은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붉은 벽돌 벽과 청동빛 지붕, 높이 솟은 첨탑이 수면에 비치면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현재의 성은 17세기 초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4세(Christian IV)에 의해 건설되었다. 그는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그 자리에 자신의 왕권을 상징하는 새로운 성을 세웠다.
크리스티안 4세는 덴마크 역사에서 건축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대에 코펜하겐과 덴마크 곳곳에는 여러 건축물이 세워졌고, 프레데릭스보르성은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화려한 건축물이었다.
성의 거대한 규모는 단순히 왕이 거주하기 위한 필요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당시 북유럽의 강국을 지향하던 덴마크와 국왕의 위상을 건축으로 표현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프레데릭스보르성은 흔히 스칸디나비아 최대의 르네상스 성으로 소개된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궁전과 비교하면 모습은 상당히 다르다. 붉은 벽돌 외벽과 사암 장식, 높은 지붕과 수많은 첨탑이 어우러진 모습에서는 북유럽 특유의 건축적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네덜란드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장식과 좌우로 펼쳐지는 건물들은 왕궁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무대처럼 보이게 한다.
성으로 들어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다리와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건축 공간이 차례로 펼쳐지고, 마지막에 왕궁의 중심부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성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왕권의 규모와 위엄을 체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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