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보르성, 외레순 해협을 지배한 왕의 요새
덴마크 셸란섬의 북동쪽 끝, 헬싱외르(Helsingør)에 크론보르성(Kronborg Castle)이 서 있다. 성의 맞은편은 스웨덴의 헬싱보리다. 두 도시 사이의 외레순 해협은 폭이 좁아지는 지점으로, 발트해와 북해를 연결하는 중요한 바닷길이었다.
크론보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지리적 위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곳을 지나는 배들은 발트해와 서유럽을 오갔고, 곡물과 목재, 철, 각종 상품이 해협을 통과했다. 바닷길을 장악한다는 것은 곧 교역을 통제하고 국가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크론보르는 바로 그 길목에 세워진 왕의 성이었다.
15세기 덴마크 국왕 에리크 7세는 외레순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429년부터 징수된 이른바 ‘외레순 통행세(Øresund Toll)’는 이후 수백 년 동안 덴마크 왕실과 국가 재정의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다.
선박들은 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헬싱외르에 정박해 세금을 내야 했다. 바다 위에는 눈에 보이는 국경선이 없었지만, 크론보르성은 그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감시하는 거대한 관문과 같은 역할을 했다.
왕권은 이제 궁전의 벽 안에서만 행사되는 것이 아니었다. 해협을 지나는 배와 상품, 사람의 이동까지 통제할 수 있는 힘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크론보르성은 ‘왕궁’이라는 공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한다. 왕이 거주했던 장소인 동시에 국가의 경제적 권력과 군사적 통제력이 집중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크론보르성의 전신은 15세기 초 에리크 7세가 세운 크로겐(Krogen)이라는 요새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보는 화려한 크론보르의 모습은 16세기 후반 덴마크 국왕 프레데리크 2세 시대에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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