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말리엔보르 궁전, 네 개의 궁전이 둘러싼 덴마크 왕실의 삶
코펜하겐 중심가에서 높은 성벽이나 거대한 문을 통과하지 않고도 왕궁 앞에 이르게 된다. 넓은 광장을 사이에 두고 네 채의 건물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아말리엔보르 궁전(Amalienborg Palace)이다.
버킹엄 궁전이나 베르사유 궁전처럼 하나의 거대한 건물이 중심을 차지하는 왕궁과 달리 아말리엔보르는 독특하다. 거의 같은 외관을 가진 네 채의 로코코 궁전이 팔각형 광장을 둘러싸면서 하나의 왕궁을 이룬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곳이 과거의 왕궁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덴마크 왕실이 실제로 생활하고 왕실 행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현재 국왕 프레데리크 10세(Frederik X)와 메리 왕비 가족은 아말리엔보르의 프레데리크 8세 궁전을 거처로 사용한다.
아말리엔보르의 역사를 이해하려면 18세기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프레데리크 5세는 코펜하겐에 새로운 도시 구역인 프레데릭스타덴(Frederiksstaden)을 조성했다. 이는 올덴부르크 왕가의 크리스티안 1세 즉위 30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도시계획의 일부였다. 왕은 네 명의 유력 귀족에게 부지를 제공했고, 이들은 궁정 건축가 니콜라이 아이트베드(Nicolai Eigtved)의 설계에 따라 서로 조화를 이루는 네 채의 저택을 건설했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날 바라보는 아말리엔보르는 처음부터 왕과 왕비를 위한 하나의 궁전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었다.
네 귀족의 저택이 훗날 왕궁으로 변한 것이다.
이러한 탄생 과정이 아말리엔보르를 다른 유럽 왕궁과 구별한다.
아말리엔보르의 건축적 특징은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더욱 선명해진다.
광장을 중심으로 네 건물이 마주 보고 있으며, 그 사이로 도시의 도로가 이어진다. 궁전은 도시와 분리된 폐쇄적 공간이라기보다 코펜하겐의 도시 구조 속에 편입된 열린 왕궁에 가깝다.
네 건물에는 오늘날 각각 다른 이름과 역할이 있다.
크리스티안 7세 궁전 — 국왕의 공식 접견과 의전 행사에 사용되는 대표 궁전
크리스티안 8세 궁전 — 왕실 박물관 등이 자리한 궁전
프레데리크 8세 궁전 — 프레데리크 10세 국왕 가족의 사적 거처
크리스티안 9세 궁전 —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겨울 거처
네 건물이 같은 공간을 구성하지만 각각 다른 시대의 왕실 역사를 품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아말리엔보르는 하나의 건물을 감상하는 왕궁이라기보다 광장과 건축물의 관계를 읽어야 하는 왕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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