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트닝홀름 궁전, 스웨덴 왕실이 살아가는 또 하나의 왕궁
스톡홀름 도심의 왕궁이 스웨덴 왕실의 역사와 국가 의례를 보여주는 공식적인 공간이라면, 도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왕실의 일상이 이어지는 또 하나의 궁전이 있다. 드로트닝홀름 궁전(Drottningholm Palace)이다.
멜라렌호의 로벤섬에 자리한 드로트닝홀름 궁전은 17세기 유럽 궁정문화와 바로크 건축, 그리고 오늘날의 왕실 생활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곳이다. 오래된 궁전이 박물관으로만 남지 않고 지금도 왕실 거주지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드로트닝홀름(Drottningholm)’이라는 이름은 스웨덴어로 ‘왕비의 섬’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곳에 왕실의 거처가 처음 마련된 것은 16세기였지만, 오늘날 우리가 보는 궁전의 모습은 17세기에 형성되었다.
1661년 화재로 이전 건물이 소실된 뒤, 왕비 헤드비그 엘레오노라의 명으로 새로운 궁전이 건설되었다. 설계를 맡은 건축가는 니코데무스 테신 장로(Nicodemus Tessin the Elder)였고, 이후 그의 아들 니코데무스 테신 소(Nicodemus Tessin the Younger)가 작업을 이어갔다.
당시 유럽 왕실 건축을 주도하던 바로크 양식의 영향은 궁전 곳곳에서 확인된다. 좌우 대칭을 강조한 건물과 정원, 궁전에서 바깥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축은 왕권의 질서와 위계를 공간으로 표현한다.
드로트닝홀름 궁전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떠올리게 된다. 17세기 유럽의 왕실들은 프랑스 궁정문화와 건축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고, 스웨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드로트닝홀름은 베르사유를 그대로 옮겨 놓은 궁전은 아니다. 베르사유의 압도적인 규모와 화려함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절제되어 있으며, 호수와 숲으로 둘러싸인 북유럽의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룬다.
바로크 정원의 엄격한 대칭성과 주변 자연의 부드러운 풍경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이 궁전만의 특징이다. 유럽 대륙에서 시작된 궁정 건축문화가 스웨덴이라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형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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