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건축 (왕궁편)-36화

말라하이드 성(Malahide Castle), 한 가문이 지켜낸 800년

by향지소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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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약 1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말라하이드(Malahide)라는 작은 해안 마을이 있다. 더블린 도심의 역사적 건축물들과는 달리 이곳에는 넓은 잔디밭과 오래된 숲을 배경으로 한 고성이 자리한다. 말라하이드 성(Malahide Castle)이다.


이 성의 역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왕실이나 거대한 전쟁이 아니다. 12세기부터 20세기까지 약 800년 동안 한 가문이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탤벗(Talbot) 가문이다.


왕이 머물던 궁전이 권력의 역사를 보여준다면, 말라하이드 성은 한 가문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공간을 지켜왔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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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세기, 한 가문의 역사가 시작되다


말라하이드 성의 역사는 12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174년경 잉글랜드 왕 헨리 2세는 기사 리처드 탤벗(Richard Talbot)에게 말라하이드의 토지를 하사했다. 이후 탤벗 가문은 이곳에 터를 잡았고, 몇 차례의 정치적 격변으로 소유권을 잃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무려 800년 가까이 이곳을 지켜왔다.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방어 기능을 갖춘 중세의 요새형 건축물에서 시작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주거 공간이 확장되고 각 시대의 건축 요소가 덧붙여졌다.


따라서 말라하이드 성은 어느 한 시대에 완성된 건축물이 아니다.


800년 동안 한 가문의 삶과 시대의 변화가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건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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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새에서 저택으로, 건축에 쌓인 시간


말라하이드 성의 외관에서는 중세 성곽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두꺼운 석벽과 탑, 좁은 창은 방어를 우선했던 중세 건축의 성격을 보여준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시대가 안정되고 방어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성은 점차 귀족 가문의 저택으로 변했다. 거주 공간이 확대되고 응접실과 식당, 도서관 등이 만들어졌다. 특히 18세기와 19세기를 거치면서 내부에는 당시 상류층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장식과 가구들이 더해졌다.


중세의 성곽과 근대 귀족 저택의 모습이 한 건물 안에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의 많은 성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성은 전쟁을 위한 요새에서 출발했지만, 중앙집권 국가가 형성되고 슬롯가 안정되면서 점차 생활과 사교를 위한 공간으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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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박사과정에서 미학을 전공했으며, 소설쓰는 작가입니다. 아이들과 독서 논술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여, 세계여행관련 글을지속적으로 발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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