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 성, 비스와 강 위에 남겨진 폴란드의 시간
폴란드 남부 도시 크라쿠프에 도착하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는 언덕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비스와강이 천천히 흐르는 강변 위, 오래된 성벽과 붉은 지붕들이 이어진 공간.
바벨성(Wawel Royal Castle )이다.
성은 바벨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비스와 강(Vistula River )이 흐른다.
강과 언덕, 그리고 그 위의 권력.
동유럽을 지나오며 반복해서 마주하게 되는 구조다.
그러나 바벨 성의 분위기는 이전에 보았던 부다 성이나 브라티슬라바 성과는 조금 다르다.
부다 성이 제국의 야경과 권력을 드러내는 공간이었다면, 바벨 성은 훨씬 오래된 민족적 기억의 분위기를 품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왕궁이 아니라 폴란드라는 나라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크라쿠프는 폴란드 왕국의 중심 도시였다.
그리고 바벨 성은 왕들의 거주 공간이자 정치 권력의 중심이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성 옆의 바벨 대성당 (Wawel Cathedral )이다.
이곳에서는 폴란드 왕들의 대관식과 장례식이 거행되었다.
즉, 왕궁과 성당, 국가의 기억이 한 공간 안에 결합되어 있는 셈이다.
이 점은 매우 흥미롭다.
서유럽에서는 왕궁과 종교 공간이 분리되는 경우가 많지만, 바벨 언덕에서는 왕권과 신앙, 민족 정체성이 밀착되어 있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정치 권력의 공간이 아니라 “폴란드라는 공동체의 상징적 중심”에 가까운 장소가 된다.
특히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나라 자체가 지도에서 사라졌던 경험을 가진 국가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국토가 분할되며 한동안 독립국가로 존재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역사 속에서 바벨 성은 단순한 옛 궁전이 아니라 “사라진 왕국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폴란드를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에 닿게 된다.
폴란드인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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