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라, 이유가 없었다
바쁘다, 내 시간이 없다
라는 생각은
늘 하고 살았지만
정작 시간이 생기면
내가 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그건 살아 있다라기보다는
잠시 멈춰 있는 상태에 가까웠다.
그래서였을까.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다만,
내일 아니 지금 당장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열심히는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이다.
죽음과 같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뭔가 하고 싶어서 시간이 절실해진 건...
이제까지
시간을 죽음과 같은 상태로 보낸 건
내가 단지 게을러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어서였음을 알았다.
그런데,
알아버렸다.
내가 왜
아무것도 하지 못했는지,
내가 무엇을 몰랐는지.
그러자,
갑자기 삶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
아들이 뜬금없이 나에게 묻는다.
"ママの生き甲斐はなに?"
(엄마의 사는 의미는 뭐야?)
얼떨결에 "너"라고 했더니
피식 웃는다.
아들에게 독심술이 있었던가?
왜 그런 질문을 했을까?
잠시 후,
난 아들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
아들의 눈을 바로 쳐다보며 다시 대답했다.
"ママの生き甲斐は文章を書くことだよ"
(엄마의 사는 이유는 문장을 쓰는 거야)
왠지 부끄럽지 않았다.
아들은
"흐음..." 한 마디만 남기고
내 어깨를 툭툭 치더니
다시 닌텐도 스위치로 시선을 돌린다.
아들아, 멋진 질문 고맙다.
덕분에
막연했던 생각이 탄탄한 언어가 되어
머리와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젠 더 이상 감추고 싶지 않다.
쓰고 싶다.
자기만족을 위해서도 아니고
누군가의 시선만을 위해서도 아닌
내 존재가 자아내는(紡ぎ出す[tsumugidasu])
마음과 생각과 언어가
타자에게 이어져
그 이어짐에 의해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타자도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문장을
언젠가
쓰고 싶다.
그런데,
왜
그 질문은
그때였을까?
⋆生き甲斐(いきがい[ikigai]):삶의 의미, 삶의 보람, 사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