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몰랐네, 그 말인 줄…
나는 술 잘 마시는 딸의 마마토모(딸 친구 엄마들) 한 그룹과
술을 한 입도 못 마시는 아들의 마마토모 한 그룹의 멤버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도 아니고 일부러 의도한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그렇게 되었다.
오늘은 아들 마마토모의 모임.
맨정신이라 그런가(엄청 술고래, 주당같다)
술 안 마시는 엄마들의 수다는 더 긴 것만 같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하면 시간 제한이 없는 곳을 물색한다.
작년까지만해도 시간 제한이 있는 곳이 적었는데
요즘은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이다.
또 하나, 만남의 장소로서 전제 조건이 있는데
그건 충실한 드링크바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티백과 커피 머신이 무한 힐링을 제공하는
그곳은 우리들의 오아시스.
그날도
우리는 누가누가 더 바보인가 경쟁하듯 아들들을 고자질했고
우리는 서로서로 내 아들만이 바보가 아님에 안심하며
맛있는 점심과 커피를 즐겼다.
내 아들의 사물함이 학교 친구들의 신나는 구경거리라는
소식에 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려 할 때,
점원분이 우리 테이블로 와서 친절하고 정중하게
오랜 시간 놓여 얼음이 녹아 미지근해진 물을 치우고
얼음이 동동 뜬 깨끗한 새 유리잔을 세팅해 준다.
"ごゆっくりどうぞ(천천히 즐기시죠)"
정중한 배려를 받아 싱글벙글한 나와는 달리
아주머니들은 표정이 굳어지면서 살짝 시계를 본다.
'왜? 왜? 왜? 천천히 즐기시라잖아!'
일부러 가져다주는 얼음 띄운 물 서비스는
슬슬 자리를 비워달라는 다른 표현이라는 말에
20년 30년을 살아도 역시 이럴 땐 난 여전히 이방인.
모든 가게가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
더더욱 어렵게만 느껴진다.
"まだ大丈夫だよ(아직 괜찮아)"
주섬주섬 가방과 옷을 챙기는 나를 아주머니들이 비웃는다.
'왜? 왜? 왜? 가라잖아!'
물대접을 받고도 30분 넘게 남은 수다를 떨고서야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키는 아주머니들.
난 30분 동안 줄곧 점원아저씨의 뒷모습만 힐끗거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밀당의 긴장.
이럴 땐
무표정한 얼굴과 터프한 손놀림으로
테이블의 그릇을 팍팍 정리해 주시는 서비스가
알기도 쉽고
그립기조차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