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보다 온라인카지노북
꼭 그랬다.
가뭄에 콩 나듯이 좋은 기회가 주어져도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늘 불발로 날려버리는 신기하고 오묘한 재주가 나에게는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깜냥(?)이 안 되기 때문에 기회가 영리하게도 나를 잘 피해 간다고 할 수도 있겠다.
중학교 때 학교 대표로 백일장에 나간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그게 왜 나였는지 지금도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다.
물론 내가 국어 선생님이라면 어느 학년에서든 남녀를 불문하고 너무나 사모하긴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을 선생님께 표현할 용기가 없는 나는 오히려 부끄러워서 선생님을 잘 쳐다보지도 못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니 선생님이 나를 어여삐 여기셔서 추천하셨을 리는 없다.
게다가 학교에는 이른바 소문난 글쟁이 친구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왜 백일장에 가게 되었는지 그 당시도 어리둥절했다.
실감도 나지 않았다.
선생님이 설명을 하셨는지 모르겠으나 그 기억은 온데간데없다.
암튼 학교를 결석하고 경복궁인가 덕수궁인가에 가서 글을 쓰고 오라는 지시만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쁜 것도 모르고 그냥 "왜 나야????"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래서 난 안 되는 걸까.
그런 생각할 시간에 백일장에서 과연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까하는 전략과 적극성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을 어쩌자고 "왜 나냐고?????"라는 질문에만 고집했는지 모르겠다.
장원급제의 각오보다는 백일장 갈 때 다른 학교 학생들도 올 텐데 뭘 입고 가지? 어떤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지? 등등 쓸데없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제사보다 젯밥이다.
백일장 주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았다는 것, 예쁘게 차려입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엄마가 정성껏 사준 도시락을 맛나게 먹고 온 장면만이 남아있다.
결과는 물론 낙방이었다.
모처럼 나에게 온 기회를 이렇게 멍청한 생각들을 하다가 놓쳐 버린 게 지금까지 살면서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번 온라인카지노북공모전도 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기회이다.
왜냐하면, 내가 애정하는 아반님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시고 바람을 후후 불지 않으셨다면, 난 아마 언감생심,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공모전에 나가봤자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것쯤은 아반님도 아실 테고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안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아닌가.
게다가 나 같은 사람이 응모를 함으로써 경쟁률을 높이고, 그 경쟁률을 뚫고 대상을 받게 되시는 작가님은 더더욱 빛나시지 않을까 싶다.
당선되실 작가님을 빛내기 위한 불쏘시개가 되어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한 덩어리의 거대한 응가처럼 뭉쳐져 있는 글들을 이번 기회에 온라인카지노북 한 권으로 시원하게 배출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꽃보다 경단(떡)(花より団子, 금강산도 식후경),
공모전보다 온라인카지노북이다.
그런데 막상 온라인카지노북을 만들어 보려고 하니, 왜 이리 어렵누?
다른 작가분들은 몇 권씩이나 가지고 계셔서 쉬운 줄 알았더만......
정말 작가님들 존경스럽다.
처음에 쓸 때, 미리미리 테마를 생각 좀 하면서 썼으면 좋았을 것을, 그냥 쓰고 싶은 거, 생각나는 거 닥치는 대로 써서 올렸더니 이거 완전 잡탕밥이다.
응가와 잡탕밥의 이미지, 뭔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암튼 난 지금 끙끙대며 하나의 온라인카지노북을 배출하기 위해 조금 애를 쓰고 있다.
쯧쯧쯧......
내가 이렇다.
모처럼 찾아온 공모전이라는 이 귀한 기회를 잘 살려야 할 텐데 자꾸 딴생각을 하고 있으니, 기회가 미꾸라지처럼 손 안에서 미끄러져 도망가 버리는 것이리라.
이번에는 적어도 예쁜 온라인카지노북 한 덩어리만큼은 "으응~가" 하고 시원하게 뽑아낼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