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은 나누면 두 배, 추억은?

오미야게(お土産)에 담긴 추억은 n배

by혜준

오봉(お盆)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소식은 아들의 ママ友([mamatomo] 엄마친구) 단톡방에서 들려왔다.

여행을 다녀왔다며,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お土産 ([omiyage] 기념품)도 건네고 싶으니 만나자는 연락이다.


난 인성이 그리 좋지 않아 친구가 없다(자랑이다!).

하지만 무슨 인연인지, 아들끼리는 서로 전혀 친하지도 않은데 우연이 겹치고 이어져 나를 포함한 네 명이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처음엔 나와 R이 친해졌다.

학교 행사가 있는 날이라 스쿨버스에 내려 교내로 들어가려는데, 마침 내 앞을 잘 걸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자기 발에 걸렸는지, 뭐에 걸렸는지 혼자 넘어질 뻔하며 버둥거린다.

긴장하며 바라본 순간, 다행히 넘어지지는 않고 머쓱한 듯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터졌다.

나 같은 사람이 여기 또 있네...... 묘한 동질감과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나중에 교실에 들어가 보니 아들 옆 자리에 앉는 학생의 엄마였고, 그게 R이었다.

R의 귀여운 빈틈(?)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먼저 차 한 잔 하자고 제안했던 것 같다.

그걸 계기로 R과 친해졌고 그 후에 S와 N과도 이어졌다.


먼저, 우리를 결속하게 한 계기는 무엇보다도 아들들의 무심함에 있었다.

학교에서 전달되고 일어나는 모든 정보가 아들에게만 가면 사라지는, 고약한 통신 두절 상태에 빠져 있는 엄마들의 모임이라고나 할까.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고 나니 아들은 어느새 저 뒷전이고, 우리는 우리들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우리는 학교 행사 외에도, 서로 바쁜 일정을 쪼개서 가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다를 떨어대도 지겹지 않을 사이가 되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언젠가부터 우리들의 관계에서 아들들이 빠졌는데도 우리가 계속 이렇게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지금처럼 주고 받는 작은 오미야게(お土産 기념품)가 한몫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일본의 오미야게 문화에 코웃음을 친 기억이 있다.

학교 친구가 나한테 쪼르르 와서는 "혜준상, 오미야게......" 하면서 손바닥에 뭐 하나를 딸랑 놓았다.

뭔가 보니 예쁘게 포장된 饅頭([manju] 만쥬)였다.

고맙다고는 했지만,

속으로는 "에게게... 딸랑 하나?"라고 생각했다.

주려면 한 상자를 주던지, 누구 코에 붙이라고? 하는 마음이 컸다.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일단 내 손이 부끄럽지 않을 선물을 건네곤 했으니까.

일본 사람들은 스케일이 작다고 하더구먼 정말 그렇군......

부끄럽지만 난 이런 생각을 오랜 시간 가지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관광지라면 어디든 오미야게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다.

대체로 맛과 양에 비해 몹시 비싸다(요즘은 엔화하락으로 그런 감각이 없으시겠지만).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상한 건 외국인 관광객보다 일본인들이 항상 더 많다는 것이다.

이해가 안 갔다.

일본인이라면 다 와 봤을 이곳의 오미야게는 받아도 별로 기쁠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저리 산다고 줄까지 서고 난리람....

남 좋은 일만 시키네.... 하고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러나 나는 오랫동안 오미야게 문화를 단면적, 표면적으로만 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제야 조금 알게 된 오미야게는 단순히 선물과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어딘가를 다녀왔다는 '증거'로 건네는 선물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서 보고 느낀 풍경과 추억을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너'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다정한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미야게를 작고 가볍고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것이 받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오미야게는 고맙게 주고받지만, 일반 선물과는 달리 언젠가 꼭 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주지 않는다.

많은 일본인들은 오미야게 문화가 너무나 당연해서, 자신들이 왜 오미야게를 주고받는지 의문조차 갖지 않을 수도 있다.

솔직히 나도 지금도 이들이 오미야게에 왜 이렇게 목숨(?)을 거는지 정확하게는 모른다.

다만, 내가 작년 여름 서울에 갔을 때, 이 마마토모들을 생각하면서 오미야게를 고를 때 품은 마음이 그랬다.


N은 오키나와에,

S는 히로시마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N은 少ないけど沖縄のお土産(적지만 오키나와의 오미야게)를,

S는 広島の渋いお土産(히로시마의 점잖은 오미야게)를 우리에게 건네고 싶다고 했다.


그게 어떤 것이든

나는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그것들을 받아 들고,

그들이 보낸

흥미진진한 며칠 간의 일탈의 추억을 공유할 것이고,

나를

생각해 준 그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할 것이며,

나는

그들이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안심할 것이다.


그들과 만나는 날이 기다려진다.





*사진 출전은 銀座 菊廼舎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