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는 어디에 속하는가
올해는 오늘 8월 13일부터 16일까지가 お盆休み([obonyasumi] 오봉 휴가)이다.
お盆(오봉)은 お正月([oshougatsu] 설날)과 함께
일본의 2대 명절로, 귀성하는 민족의 대이동으로 인해
고속도로, 신칸센, 비행기 모두 일대 혼란이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お盆은 한국의 추석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추석도 お盆도
조상님을 소중히 섬기고자 하는 마음은 같지만,
お盆이 조상님을 집으로 초대해 정성껏 대접하고
보내 드리는 불교식 영혼 맞이 명절이라고 하면,
추석은 조상님께 한 해 농사의 수확에 감사하는 명절로 유교적 성격이 강하다고나 할까.
お盆에는 お墓参り([ohakamairi])라고 하는 성묘도 주요 행사이다.
일본의 무덤은 한국과 조금 다르다.
처음에 일본에 왔을 때
묘지가 시내 한 복판, 주택가, 절의 한쪽 구석과 같이
너무나 생활공간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요즘 한국에서도
화장을 해서 납골당에 모시기도 하지만,
일본은 예전부터
거의 대부분 화장한 유골을 유골함에 담아서,
돌로 만든 墓石([hakaisi] 비석)의 아래에 있는
カロート([karoto] 석실, 유골 안치실)에
안치하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과 다른 것은
한 집안이 하나의 무덤을 대대로 공유한다는 점인데,
할아버지, 아버지, 자식이 모두 같은 비석 아래의 석실에 차곡차곡 들어간다.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부부가 같은 성(姓)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실제로는 대부분 남편의 성을 따른다.
그래서 죽으면 남편 집안의 묘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보인다.
물론 내 주위의 ママ友([mamatomo] 아이 친구의 엄마) 중에는
남편이나 시댁과 그리 원만하지 않다며
절대 같은 무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 있긴 하다.
죽은 후 내 마지막 장소로 나는 어떻게, 어디를 선택하면 좋을까.
사실은 이 말이 하고 싶었는데 서론이 너무 길었다.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일본 여성이 결혼 후 남편 성(姓)을 따르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결혼을 했어도 아버지의 성을 유지하는 한국 슬롯가
여성의 지위를 보장해 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이런 문화가 오히려 여성을 소외시키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난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와의 일*이 있은 후,
나는 한국 기혼 여성의 친정과 시댁에서의 입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다.
결혼을 함과 동시에 친정에서는 출가외인이면서
시댁에서도 혼자만 성이 다른, 언제까지나 '남'일 수밖에 없는 입지.
이에 비하면 일본의 기혼 여성은
출가외인이 됨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에 편입되는 형태이다.
그래서 죽으면 당연히
그 가문의 묘에 같이 들어간다는 암묵의 룰이 있다.
속박이라기보다는 귀속된다고 해야 할까.
한국에서는 가족묘의 형식보다
개인이나 부부 중심의 묘가 일반적이었던 것도
어쩌면 가족 안에서 여성의 느끼는 소속감과 무관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나는 조심스럽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시댁에는 작은 선산이 있어서
남편의 조부모님이 모셔져 있고
가까운 곳에 이미 부모님의 묏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남편은 장남이라서 선산 관리나 벌초를 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관계로 지금은 동생이 맡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찌어찌 선산을 지킬 수 있을 것도 같지만,
우리가 죽은 다음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 선산을 남편에 이어 아들이 지켜낼 수 있을까.
난 아들이 그럴 필요도 없으며
굳이 나는 그 선산에 묻히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
난 내 마지막 모습을 스스로 정해 놓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화장을 해서
어디 넓은 바다나 깊은 산에 뿌려져
비와 바람에 조용히 흩어져 버렸으면 한다.
지정된 구역에서 규칙에 맞게 고르게 뿌려지면
환경 오염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하니까 말이다.
죽은 다음에 나야 어떻게 되든 모르겠다고
넋 놓고 있고 싶진 않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해 줄지 모르겠으나
다른 건 몰라도 그거 하나만은
꼭 약속을 받아 놓고 가고 싶은 게 내 욕심이다.
넓고 시원한 곳에서 맘 편히 뒹굴고 있다가
이렇게 お盆이나 추석 때
나를 부르는 소리와 빛이 저 멀리서 보이거나 들리면
아니, 부르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슬쩍 일어나
사부작사부작 와서 빙 한 번 둘러보고
꼬마들에게 아낌없는 축복을 하고 나서
또 조용히 빙그레 웃으며
내 앞을 밝혀주는 저 빛들과 함께
동실동실 돌아가는
그런 선량한 조상이 되고 싶다.
*시어머니와의 일에 대해서는 이전 글이 있습니다. https://fishingproductfr.com/@2c4c8b3b81cb43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