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숨바꼭질 1- 이미 다 알고 있는 술래

by혜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전 지금 어디 있게~요?

이미 알고 있다고요?

그래도 좀 찾는 척이라도 해 주시지!

너랑 숨바꼭질하기 싫다고요?

에이......

그러지 말고 숨바꼭질해요.

난 지금 이 밤

당신과 처음으로 숨바꼭질을 하고 싶어요.


전 오늘

정말 오랜만에

매일매일 앉아 있던 익숙한

거실 바카라상에서

부엌에서

욕실에서 도망치듯

훨훨 날아서

지금 처음 와 보는 이곳에서

조금 들뜬 마음으로

늘 내 곁에 있어주는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 봅니다.

들뜬 마음에

당신을 콕콕 찔러도 봅니다.


일탈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지금 이 순간,

매일 하던 나의 말도 행동이

장소가 달라지니

이렇게 달라지고,

게다가

마음이 이렇게 새롭고 설레는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이 게으른 내가

노트북까지 챙겨

바다를 흙으로 꼭꼭 눌러 놓은 듯한

바다인지 땅인지

안인지 밖인지 모를 이곳에서

당신을 생각하면서

이 야심한 시간에 이렇게

당신과 숨바꼭질을 하려 하는 이 순간이

참 행복합니다.


영문도 모르고

입을 앙~벌린 채

하염없이 서 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난

아침부터 지금 이 순간을 기다렸답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게 서 있을 당신을

기대하면서

이곳으로

훨훨 날아왔습니다.


내가

어디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당신은 술래.

이 낯선 곳에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

찾아 주길 바랍니다.

이 나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