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멀어지는 것

말없이 줄을 놓아버린 당신에게

by혜준

솔직히 아까까지는 조금 쓸쓸하고 슬펐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조금 후련하기도 하다.

이 쓸쓸함과 슬픔은

앞으로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 주리라 믿기 때문에.


100번째 글이

이런 내용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쩌면 이 일은 나에게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라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100번째 글이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굳이 이런 내용을 쓸 필요가 있을까,

모처럼 100번째인데 다른 내용으로 바꿀까,

하다가

지금 내 머릿속과 가슴에 가득 차 있는 상념이니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게 맞는 것 같아 쓴다.


게으른 나는 글도 미리 써서 쟁여 두지 못한다.

물론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나 이미지는

일기장에 메모처럼 써 놓기는 하지만

발행하는 글은 그날 써서 수정해 몇 번 읽어보고

"에잇!" 하고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간 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온라인카지노스토리라는

공간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온라인카지노라는 공간이

내 개인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치 예전 싸이월드의 일촌 같은 그런?

내 글이

온라인카지노에 계신 모든 분들에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나 스스로가

내가 일촌이라고 생각되는 분들의 글만 읽고 있기 때문인지

아주 좁고 은밀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크다.


이런 공간 의식에서의

내 용감 무식한 글 올리기는

내 온라인카지노에 오시는 분들이 워낙 적고

그 소수의 분들은

내 글을 따뜻하게 봐주실 거라는 얄팍한 어리광에서 온다.

실제로 이제까지

호되게 "너 이걸 글이라고 썼냐!"라고 말씀하신 분은 없다.

이걸 믿고 있다가

큰코다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으나

그때는 또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해 달게 받아들이려 한다.


얼마 되지 않는 팔로워 수에 대해서는

난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다른 분들도 그렇겠지만

팔로워 수를 늘리기 위한

팔로잉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서 읽고 싶은 글을 쓰는 분,

그리고 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어 가고 싶다.

그래서인지 내 팔로워 수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늘어난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숫자를 잘 보지도 않았다.

숫자 개념이 워낙 없기도 하거니와

그게 중요하지도 않았으니까.

(100명이 되었을 때는 몇 분 작가님께 자랑질은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도

오늘 아침에는 흘낏 본 그 숫자가

머릿속에 콱 박혀 있었나 보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아이들 아침을 차려주고 다시 온라인카지노를 열었을 때

그 숫자에서 2가 줄어든 것을 알아챘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꽤 있었을 텐데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오늘 겨우 알았다.

응???? 줄어드는 경우도 있네?

난 한 번도

내가 팔로우한 사람을 취소한 경우가 없어서

조금 당황했다.

누굴까?

궁금했다. 어떤 분이 나를 떠나신 걸까?


그리고 너무나 신기하게도 갑자기,

혹시 이 분이 아닐까?

하는 촉이 와서 클릭을 해 보니

역시나...... 그분이셨다.

나머지 한 분은 잘 모르겠다.

다만, 두 분 모두 누군지 몰랐다면

난 지금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내 감(感)으로 알게 된 그 한 분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글을 쓰게 되었다.


왜일까?

궁금했다. 내 글의 어디가, 무엇이

많이 불편하셨을까?

그리고 왜 나는 그분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어쩌면 나도 마음속 어딘가에서

그 분과의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분이 나에게서 느낀 거리감과

내가 그분에게서 느끼고 있던 거리감이

아주 조금은 겹쳐 있었던 것일까.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분이 왜 나를 팔로우하지 않게 되었는지,

내 글에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그것은 그분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상상하지 않기로 한다.


다만,

오늘 일을 통해 내가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온라인카지노든 현실에서든

나는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가식과 위선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보다

때로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존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조용히 자신의 마음을 선택하신 그분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혜준'이라는 작가와의 인연을

말없이 놓아 버린 그분의 용기 있는 선택을

나는 이제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라는 것은

만나는 것만큼이나

조용히 멀어지는 것까지도

서로의 진심을 존중하는 일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