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고무신

내 안의 원풍경

by혜준


이미

아침은 지나가고

아직

점심이라기는 이른 즈음

세 살, 아니 네 살,

한 작은 여자 아이가

빨간 고무신을 신고

자기 키만 한 빗자루를

딸딸딸

끌고

걸어간다.


걸음을 멈춘

여자 아이는

빗자루를 들고

무심히

하얀 타일 벽이 있는

부엌 안을 바라본다.


부엌과 집 안으로

연결된 문에는

차가운 얼굴을 한 늙은 여자가

곧게 서서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직 젊은 아이 엄마를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 엄마의 주위에는

정성껏 차린 아침상의 파편이

부서진 채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아이 엄마의 숨죽인 오열이

그 조각들 위로 떨어진다.


차가운 얼굴을 한 늙은 여자

하얀 타일의 벽

맞은편

무심한 여자아이가 들고 있는

커다란 빗자루.


가장 포근하고 안전해야 할

아이의 장소가

끝내

아이의 것이 될 수 없었던

내 안의

원풍경(原風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