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감싸는 글
일본에 오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하나 사서
선물을 하지 않더라도
선물용으로 ラッピング([rappingu] wrapping)를
부탁해 보시길 바란다.
그리고
포장을 담당하는 분이 중년의 여성 점원이라면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당신이 선택한 물건을
그녀가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포장해 가는지
가만히 지켜보시길 바란다.
나는 아주 가끔
환경 보호 차원에서는 반칙이지만,
선물용이 아닌 경우에도
계산을 하는 점원이 중년의 여성인 경우에는
선물용으로 포장을 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안 보는 척하면서
조금 떨어진 지점에서 숨죽이며 지켜본다.
그녀의 나긋나긋한 손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물건의 폭과 높이를 가늠해
정확하게 포장지에 올려놓고
조용하고 단정한 손놀림으로
그리고
부드럽게 포장해 가는 과정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
서비스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성의 없는 작업이 아니라,
아직 보이지 않는, 그것을 받을 사람까지도
소중하게 대하는 것만 같은 마음을
상냥하고 차분하게
고이 감싸는 듯하다.
정성스럽게 포장된 선물은
구김 없는 종이 가방에 담겨,
집에 오는 동안
내 마음은 줄곧 따끈따끈하다.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초라하지도 않은,
하지만
그곳과 그 상품의 개성이 쏘옥 담겨있는
포장지와 종이 가방은
내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난 언젠가
내가 신중히 선택한 생각과 마음이
내 손으로 정성스럽게 감싼
"글"이라는 선물로
누군가에게
살며시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매일매일의 시간을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모든 것들과 모든 사람에 대한 상념들을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중하게 선택하고 싶다.
그리고
그 상념들을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초라하지도 않은,
그 상념에 딱 맞는
적절하고 차분한 언어와
개성은 있지만
과장이나 꾸밈 없는 표현의 포장지로
정성껏
또한
구김 없이 감싸고 싶다.
그렇게 감싼 소중한 "글"을
거기에 딱 맞는 크기와
딱 맞는 색깔과
딱 맞는 질감의
구김 없는 봉투에 조심히 넣어
내가 두 손으로
그 사람에게 진심을 담아 건넸을 때,
따뜻하게
그리고 빙긋이 미소 짓는
그 사람이
조심스레 포장을 풀어 보듯
내 마음도
소중히
읽어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