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시작했는데, 마음이 오가는 곳이 되어 버렸다
한국의 코미디는 콩트가 많은 반면(아니라면 말씀해 주세요. 즐겨 보는 SNL도 이곳에서 보면 콩트 형식),
일본은 만담(漫才 [manjai])이 주류이다.
만담은 마이크를 중간에 두고 두 사람이 서서 이야기를 하는 형식인데,
한 명은 ボケ(헛소리, 멍청한 척[boke]), 한 명은 ツッコミ(태클, 면박[tsukomi])라는 역할 분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외국어 학습에서 그 나라의 개그를 알아듣고 웃을 수 있으면 상당한 실력에 도달한 게 아닐까 나 혼자 멋대로 생각한 적이 있다. 말장난(言葉遊び:ことばあそび [kotobaasobi])이나 아재개그(オヤジギャグ [oyajigyagu])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면 말이다.
일본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런 웃음 문화가 발달, 보존되어 오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에도 시대부터 시작된 落語*[rakugo],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狂言*[kyougen], 그리고 사실 지금의 漫才*[manjai]도 그 역사가 길어서 헤이안 시대의 신년 인사로 시작된 장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문화는 지금도 歌舞伎 [kabuki]나 能 [nou]와 같은 장르에 못지않게 큰 무대와 극장에서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참 부럽지 않은가.
한국도 해학과 유머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나라인데,
이른바 클래식한 웃음 예술 형식이 오늘날 전해 내려오지 못함에는 이런 "웃음"문화를 무시하고 천하게 여긴 탓이 아닐까 싶다. 아쉽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한국의 전통해학문화의 복귀나 복원을 탄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까지 내가 몰랐던 내 안에 있는 "웃음"의 꿈틀거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그 발견은 내가 아니라 내 온라인카지노를 방문해 주신 예리한 작가님들이시지만....
올해 1월 말부터 시작한 온라인카지노는 봄방학이라는 시기와 맞물려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고, 학기가 시작되는 4월 초가 되어서야 난 온라인카지노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가 맞는 표현이 되겠다). 그때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던 허리의 통증을 온라인카지노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알 정도로 난 이 공간에 열중하고 있었다.
뭐든 쓰고 싶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혼자 머릿속으로만 뱅글뱅글 돌리던 작은 나뭇가지 같은 생각들이 문자가 되어 나열이 되면 저절로 생각지도 못한 나무(묘목 정도지만)로 나타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개강을 하고 나니 도무지 생각이라는 걸 할 틈이 없었다. 내가 게으르고 역량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온라인카지노를 하기 전에는 틈만 있으면 부족한 잠을 보충하거나 집안일을 재빠르게 해 놓는다거나 아이들의 학교 잡무나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고 나서도 시간이 나면 나를 위한 독서를 했는데, 요즘은 남는 시간이 있으면 먼저 휴대폰으로 다른 작가님들의 온라인카지노를 정독하는 게 일과가 되었다.
내 글을 쓰기에는 덩어리 시간이 너무 없고, 안 쓰자니 금단현상처럼 자꾸만 쓰고 싶고...
그래서일까?
다른 작가님들의 좋은 글, 기발한 글, 깊은 글, 따뜻한 글, 우스운 글... 을 읽고 나면 지금까지는 몰래 보고 라이킷만 꾸욱 누르고 나오던 내가 자꾸 댓글이 달고 싶어지는 게 아닌가.
괜히 댓글 잘못 달았다가 실수를 하진 않을까, 내 온라인카지노에 오라는 오해를 받는 건 아닐까, 초면에 부끄럽게...라고 좀처럼 달지 못했던 댓글이었다.
내 글에 댓글을 달아 주시는 작가님들께 먼저 마수의 손길을 뻗었다. 바... 반응을 해 주시는 것이 아닌가!!
(적막강산에 향기로운 푸른꽃으로 날 위로해 주시던 푸른꽃님, 감사합니다)
신기하고 글 쓰는 재미 이상으로 재미나고 소통이 되는 느낌에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아들은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엄마가 휴대폰 중독이 되었네"하면서 알짱대지만, 이 녀석아.. 너만 하겠니.
학생들은 내가 98% 내향인이라고 하면 일본인 특유의 "헤에~ㅅ"하는 리액션을 하지만, 난 낯가림이 심해서 친척들이 우리 집에 와도 커튼 뒤로 숨어 인사도 제대로 못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런 내가 교단에 선다고 하면 다들 거짓말이라고 믿어 주지 않지만, 난 지금도 1년 차 학생들과 2년 차 학생들(수업을 1년 듣느냐, 2년 연속으로 듣느냐)을 대할 때의 나 자신이 다름을 느낀다.
사실 얼굴을 마주 보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나에게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그리고 좀 친해져도 3명 이상 모이면 일단 입이 다물어진다.
누군가가 화제를 꺼내면 거기에 대한 장단은 잘 맞추지만 내가 대화를 주도하거나 하는 주변머리가 없다.
아무튼,
이런 내가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주는 익명성과 작가님들의 글에서 느껴지는 진정성과 진실성, 토막토막 짧은 시간과 나의 금단 현상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나로 하여금 댓글을 달게 하는 에너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여러 작가님들의 글을 읽는다고 해도 나와 인연이 닿은, 낯가림 시간이 지난 분들에게 한해서이지만...
이 화학반응이 의외로 강력한가 보다.
댓글을 달 때는 너무나 쉽게,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다.
아마 시간이 별로 없다는 조급함도 있겠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떠오르는 진실된 마음을 그대로 옮기다 보니 스트레스도 없고 신이 난다.
선을 넘어 실례를 범하는 일도 있겠지만, 내 진실된 마음을 담아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빌면 마음이 바다와 같이 넓고 넓은 작가님들은 용서를 해 주신다... 고 믿고 또 까분다.
여러모로 날 중독시키고 계신 하얀 나비님은 나에게 댓글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추천해 주셨지만, 절대 싫다.
내 댓글은 프라이스리스(항상 F와 P 발음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남편, 한글은 뭐라 안 하겠지)이다.
서비스가 아니라 저 안에서 우러나오는 내 마음, 진심이다. 그래서 보수가 지급되는 알바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솔직히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무슨...(물론, 나비님의 진심은 안다)
내가 애정하는 아반님은 내 온라인카지노가 채팅방이 되는 건 아니냐고 걱정(?)하셨지만, 아반님 덕분에 난 초심을 잃지 않을 것 같다.
어!! 여기까지 쓰는데 갑자기 눈물이 난다. 뭐... 뭐지?
갱년기 증상인가?
아마도... 작가님들의 진심이 느껴져서 그로 인한 감동의 눈물이 아닐까. (혼자 북 치고 장구치고 눈물까지....)
온라인카지노를 약 3개월 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쓴 것 같다.
처음엔 내 글이 "당신뿐만이 아니라 나도 그래요" 하고 누군가에게 닿아 따뜻하게 서로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데, 지금은 나 혼자 늘 따뜻하게 공감받는 느낌이다.
그래서 계산적인 나는 꼭 받은 만큼만 돌려 드리고 싶다.
댓글이라는 화폐로, 진심을 꽉꽉 눌러 담아서.
*落語(라쿠고)는 에도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화술 중심의 1인극. 부채와 수건만 들고 방석 위에 앉아 대화만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마지막에는 반드시 오치(落ち, 떨어뜨림)라고 하는 반전이나 허를 찌르는 결말이 있다. 그래서 "떨어지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落語"라고 한다.
*狂言(교겐)은 "能"의 사이사이에 공연되던 막간극이다. "能"가 신이나 영혼의 이야기를 다루며 비극적이고 엄숙하다면, 교겐은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실수나 해학을 다룬다. 주인을 골탕 먹이는 하인, 겁 많은 무사 등이 등장한다. 억지스러운 웃음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약점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라며 웃게 만드는 점이 매력이다.
* 漫才(만자이)는 현재 일본 예능의 근간이 되는 전통 만담이다. 바보 역할을 하는 "보케"와 그를 바로잡는 "츳코미"가 콤비를 이룬다. 말의 속도와 타이밍, 즉 "리듬"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