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걷고, 폴짝폴짝 뛰는, 조그마한 잿빛 새끼 원숭이 이름은 펀치이다. 펀치는 꽤 유명한 존재이다. 펀치를 보기 위해 동물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찰칵찰칵 펀치의 행동을 찍느라 바쁘다. 펀치는 아는지 모르는지 제 몸보다 커다란 오랑우탄 인형을 끌고 원숭이 산을 누빈다.
펀치는 2025년 7월에 일본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극한의 더위 속에서 처음 새끼를 낳은 엄마 원숭이는 본인의 몸조차 가누기 힘들었다. 사육사들은 손바닥만 한 새끼 원숭이를 직접 길렀다. 이 새끼 원숭이에게 펀치(Punch)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예뻐하며 정성스럽게 돌보았다. 펀치와 눈을 마주치고, 간지럽히고, 먹이도 먹여주었다. 엄마를 대신할 큼직한 오랑우탄 인형을 펀치의 곁에 두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던 펀치는 육 개월쯤이 지났을 때 야생의 원숭이들 세계로 내보내졌다. 실뭉치같이 풍성한 잿빛 털과 하얀 얼굴과 호기심 가득한 눈은 다른 원숭이들과 모양부터 달랐다. 그리고 펀치 곁에는 항상 커다란 오랑우탄 인형이 있었다. 신기하고 낯선 존재의 등장에 여러 성체 원숭이는 펀치를 물고 밀쳐댔고, 겁먹은 펀치는 도망 다니기에 바빴다. 작은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펀치는 꼭 오랑우탄 인형도 함께 끌고 도망 다녔다. 바위 아래에 숨어 오랑우탄 인형을 껴안고 눈을 감는 모습이 어느 날 뉴스를 통해 세계로 알려졌고, 많은 사람이 펀치를 응원하였다. 미국에서는 이케아의 오랑우탄 인형이 동났다니, 펀치의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SNS에 쏟아지는 펀치의 일상은 사람들을 더욱 매료시켰다. 뿅 하고 두 발로 뛰어내리는 모습이나 나뭇가지를 들고 두 발로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나 나무 막대기에 올라타서 흔들흔들 놀고 있는 모습은 마치 세 살짜리 아기가 재롱 피우는 것처럼 보였다. 잘 놀다가도 잠잘 때면 항상 오랑우탄 인형 팔베개를 하고, 오후에 먹이를 주러 나오는 사육사들을 기다려 쏜살같이 달려가 허벅지에 매달린 채 원숭이 산을 한 바퀴 돈다. 출입문 앞에서 오랑우탄 인형 위에 먹이를 잔뜩 올려주고 펀치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후에 더 조심스러운 뒷걸음으로 물러서는 사육사들과 정신없이 과일을 주워 먹다가 낌새를 느끼고 재빨리 사육사들에게 매달리는 펀치의 모습은 마치 어린이집 앞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빠와 아들처럼 보였고, 사람들은 이 다정한 모습에 보는 내내 환호했다. 원숭이 산에 점차 적응해 나가며 같이 노는 친구도 생기고 펀치의 털을 골라주는 어른 원숭이도 생기고, 짓궂은 원숭이들로부터 펀치를 보호해 주는 원숭이도 생겼다. 뽀뽀를 좋아해서 오랑우탄 인형에게도 뽀뽀하고, 친구 원숭이에게도 뽀뽀하고, 어른 원숭이에게도 뽀뽀하는 펀치. 그전에는 싸움이 벌어지면 줄행랑치기 바쁜 펀치였는데, 이제는 조그만 몸으로 큰 원숭이들 틈에 끼어 말리고 싶어 하는 모습까지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안도한다. 야생으로 돌아간 동물들은 금세 무리에 적응한다더니, 펀치는 요즘 오랑우탄 인형보다 친구들을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펀치를 보면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저 멀리 이국땅에 있는 조그만 생명체는 살기 위해 버둥댄다. 여전히 세 살 아기처럼 엉덩이에 묻은 똥을 냄새 맡다가 지지하면서 땅바닥에 손을 닦는 모습이라던가, 연못에 떨어지지 않으려 몸을 납작 엎드리고 물장구치는 모습 등등. 스마트폰 밖으로 펀치의 심장 박동이 전해진다. 연출하거나 꾸며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다. 사람들은 원숭이 무리에 점점 스며드는 펀치에 환호하며 더 큰 응원을 보낸다.
펀치의 인기가 높아지자 많은 이들이 펀치를 이용해 자신의 SNS 조회수를 올리려고 펀치의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만들었다. 지금의 시대는 누구나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으로 뭐든지 쉽게 뚝딱 만든다. 과거의 사람 사진을 이용해서 웃고 움직이게도 하고, 귀여운 아기나 동물의 익살스러운 행동을 만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처음에는 인공지능으로 만든 생성물들을 재미있게 봤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과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 생성물에 마음이 공허해졌다. 마치 흰 종이가 서늘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고 재미있지도 않다. 뭔가 억지스러운 기분이 든다. 역설적으로 인공지능 덕분에 생명의 소중함을 더 깨닫는다. 살아있는 것은 참 아름답다.
겨우내 깡마르고 잿빛이던 세계는 봄을 맞아 꽃을 피운다. 흑백 같은 세상에 어느 순간 노란색, 하얀색, 분홍색 꽃들이 피어나고 푸른 잎도 점점 무성해진다. 어느새 세상은 자연이 준 그대로 천연색으로 물들고 신록은 짙어진다. 짙은 나뭇잎들 사이에 숨은 매미가 맴맴 울어댄다. 십여 년 넘게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던 매미는 지상으로 올라와 한 달 남짓 살고 죽는단다. 매미가 우는 소리는 살아있다는 기쁨이고, 후세를 남기기 위한 몸부림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소음에 귀 기울인다.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이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야말로 여름이 주는 생기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이재무 시인의 「나는 여름이 좋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여름은 동사의 계절. 뻗고, 자라고, 흐르고, 번지고, 솟는다.”
오늘, 생일 축하해 Pu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