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감밭이 으리으리해

인생 친구 묘생

by이미경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였던 내 동생은 빠른 생이다.

이 왕자님은 동갑내기들을 제쳐두고 항상 한 살 위 호랑이들과 어울려 다녔다.

이유는 모르겠다.

한데 모여 놀 때 보면 누가 토끼인지 누가 호랑이인지 구분이 서지 않았다.

내 눈엔 모두 귀요미일 뿐.


또래 호랑이 대여섯에 토끼 한 마리,

어른들이 들로 산으로 일하러 나가면 어깨동무를 하고 텅 빈 동네를 휘젓어며 놀았겠다.


어느 날, 방천 너머 밭의 단감이 눈에 들어왔겠다.

'단감맛이 너무 궁금해'

호기심 천국 천둥벌거숭이들, 서리를 하러 가겠다.

아뿔싸!

하필, 들일 하다 새끼줄도 모자라고 뒷간 볼일도 볼 겸 집에 들른 주인 아재한테 딱 들켰겠다.

아재, 꼬맹이들을 벌세워 놓고 단감값을 배상하라며 호통을 칬겠다.

'한 사람에 2000원씩, 돈 안 가져오면 집으로 찾아가 부모한테 이르겠다' 으름장을 놓았겠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간이 콩만 해진 순둥이 내 동생, 눈물을 글썽였겠다.

와중에 네댓 살 호랑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아재요 아재요, 잘못했습니더.

그런데 아재요, 제발 토끼 아버지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세요.

토끼 몫까지 돈은 우리들이 나눠서 갚을게요.

토끼 아버지 얼마나 무서운지 아시잖아요.

만약 토끼 아버지가 알게 되면 토끼는 무사치 못할 거예요.

그러니 제발 제발........"

손에 불이 나도록 비비며 토끼만은 살려 달라고 애걸복걸했겠다.


쪼맹이들 의리가 으리으리하더라며 쥐띠 아재 밤낮으로 말을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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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달아, 떫어?

모릅니더, 몰라예.

한입 베어 물기도 전에 목덜미가 잡혔으니 단감 맛을 알 턱이 있나.


아슬랑 아슬랑 깡총 깡총, 어슬렁어슬렁 껑충껑충

범생이 토끼 한 마리에 호랑이 대여섯, 그 후로 더 똘똘 뭉쳐 다녔다는.

그리고

단감밭을 지날 때는 절대 운동화끈을 고쳐 매지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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