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의 힘이라고 할까?
나는 '대체 불가'도 좋아하고 '대한민국'도 사랑하는데
이 두 단어가 조합되어 나온 순간 그 모욕감을 견딜 수가 없었다.
존경하던 교수님이 계셨다. 논문 지도 교수님은 아니었지만, 첫 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거의 매 학기 교수님의 수업과 세미나, 콜로키움을 빠짐없이 들었다. 교수님은 굉장히 엄격하셨고 수업 시간 외에는 특별히 말이 많은 분도 아니셨다. 그럼에도 몇 년째 자신의 수업을 듣는 나를 알아보신 후부터는, 내 숙제나 발표, 논설 시험과 논문에 늘 정성껏 첨삭을 해주셨다. 수업이 끝나면 10분 정도 따로 크리틱(Critic)을 하시며 내게 날카로운 화두를 던지곤 하셨다.
교수님은 학부 전체에 단 한 명뿐인 외국인이자 동양인이었던 나에게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으셨지만, 내심 나를 깊이 응원해 주셨던 것 같다. 늘 내게 읽을거리를 몇 개씩 더 쥐여주셨고, 한국과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내 의견을 물어주셨다. 어떤 현안이 주어지면 교수님은 내게 항상 다섯 가지 차원의 분석을 요구하셨다. △일반론적인 시각, △유럽인의 시각, △미국 중심의 시각, △아시아 특유의 정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입장을 조목조목 나누어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어차피 당신은 그 어디에도 단 하나에만 속할 수 없을 테니, 이왕이면 그 모든 시야를 다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그때는 그 숙제들이 너무나도 버거웠다. 정치학 하나만 공부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저 교양으로 좋아서 듣는 과목일 뿐인데 자꾸만 과제를 더 내주고 논문을 쓰라 하니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강의실의 우리 모두를 향해 "당신이 여기에 있는 목적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던지실 때면, 나는 늘 반성 모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여기'란 강의실이나 대학, 혹은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너는 이 세상에 왜 왔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이었다. 5년 동안 교수님과 열 번이나 서로 다른 주제로 치열하게 공부했기에, 우리는 그 질문의 진의를 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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