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무례한 시선을 넘어, 삶의 둥근 온기를 껴안다.
요즘 아침 일찍 배송을 나서면 가장 먼저 시야에 큼지막하게 들어오는 것이 있다.
주유소 앞에 내걸린 경유 가격표 간판이다. 2000원대에서 1800원대로, 다시 1900원대로 숨 가쁘게 오르내린다.
택배를 마치고 함께 장을 보던 아내가 잠시 한숨을 내쉰다. 아들이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하려고 닭다리 봉지를 집어 들었는데 양이 두세 배는 가벼워져 있었다.
점점 오르는 물가와 시간이 갈수록 삶을 짓누르는 경기 침체를 체감하며, 우리는 외식을 줄이고 가급적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집밥을 해 먹으려 노력했다.
배송을 위해 올라탄 엘리베이터 안, 그 좁은 공간의 광고판에서는 반도체 ETF 상승주에 올라타라는 홍보 문구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연일 반도체 호황과 AI 특수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을 보면 세상은 마냥 풍요로운 것 같은데, 정작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달라 지독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우리에게 돈이 없는 삶이란 그저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며, 쓰러지는 순간까지 돈을 향해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야만 하는 궤도와도 같다.
그럼에도 택배를 오래 한 기사들은 월 천만 원을 벌려고 무모하게 덤비다 몸만 상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적당한 물량을 배송하며 오랫동안 일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씁쓸하게 덧붙였다.
결국 분명해지는 것은, 돈의 위력이 맹위를 떨칠수록 평범한 사람들은 궤도를 이탈하지 않기 위해 씁쓸한 타협을 하며 삶의 가장자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오니 꽃과 달콤한 무화과 향이 뒤섞인 향긋한 내음이었다.
은은한 향수가 코끝을 자극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불현듯 아내와 함께 거닐던 백화점의 추억을 떠올렸다.
천장이 높고 넓은 1층 화장품 코너를 가득 채우던 그 짙은 향기를 맡으며 아내는 한껏 활기를 띠곤 했다.
나는 장난스레 ‘자본주의 냄새’라며 놀렸지만, 그 속에서 행복해하는 아내의 표정을 보는 것은 참 즐겁고 좋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일상은 과거의 백화점 1층처럼 향기롭지 않았다. 배송을 나갔던 아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화사하게 잘 차려입은 중년 부부가 엘리베이터를 한참을 붙잡고 수다를 떨더니, 배송 중인 아내를 위아래로 한동안 흘깃흘깃 쳐다보았다는 것이다.
타인의 그 무례한 시선과 행동에 마음에 상처 난 아내가 내게 물었다. 자존감이 떨어져서 그런 걸까, 그들의 시선에 왜 이렇게 기분이 상하는 걸까.
그렇게 우리는 잠시 일손을 멈춘 채, 한동안 상처 난 가슴을 다독여야만 했다.
가난이란 단순하게 돈이 없는 현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철저히 사람들에게 외면당하는 것. 그것은 가난이 주는 가장 큰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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