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옥수수 물밥의 찬란함

자아를 불태운 진공의 자리에 스며드는 가장 낮은 은총

by몸글 작가 고결

4부 갈라진 담벼락에도 꽃은 핀다.



7월의 억수 같은 장대비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아스팔트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하필이면 한여름 제철을 맞아 택배 레일 위에는 큼지막한 옥수수 상자들이 밀물처럼 내려온다.


습기를 흠뻑 먹은 종이박스들은 비에 조금만 젖어도 순식간에 밑동이 흐물흐물 허물어졌다.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짐칸에서 옥수수박스를 움켜쥐고 엉거주춤 내달리던 찰나, 기어이 품에 단단히 안고 있던 상자의 밑바닥이 퍽 소리를 내며 터져버렸다.


빗물로 흥건한 아스팔트 위로 노랗고 억센 옥수수들이 무참히 쏟아져 내렸다.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흙탕물에 뒹굴어가는 노란 옥수수들을 주워 담다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함께 배송하던 가족들이, 우비도 없이 흠뻑 젖은 채 하얗게 쏟아지는 빗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빗물을 먹어 무거워진 택배박스를 들어 올리자 끝내 터져버린 밑동처럼 내 마음도 무참히 허물어진다.


먹고살자고 시작한 일인데, 내 척추를 사정없이 짓누르는 이 농산물 박스들은 단순한 화물이 아니라 우리 가족마저 진흙탕으로 끌어내리는 지독하게 무거운 '삶의 중력'이었다.


거짓말처럼 비가 멎자, 젖은 아스팔트 위로 뜨거운 수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낮의 장마철 땡볕이 무자비한 열기를 뿜어대자, 물기를 머금은 작업복이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숨통을 바짝 조여왔다.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1톤 탑차 '포리'의 짐칸 안은 습기와 지열이 엉겨 붙은 거대한 불한증 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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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일상의 떨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 순간의 평온함을 글로 표현합니다. 고요한 바람결처럼 '고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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