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춤을 출 거야

50대의 '다이너마이트'

by하양데이지

BTS가 내년에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에 출품을 보이콧했다는 기사를 읽고 빡쳤다. 나는 아미가 아니다. 심지어 BTS를 '방탄소년들'이라고 불렀다가 학생들에게 거센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재능 있는 청년들이 세계로 쭉쭉 뻗어 나가는 기세가 뿌듯해서 새 앨범이 나오면 들어보았고, 예술적인 공연 장치와 무대 위에서 연출하는 한국적 요소가 기막히게 멋들어지고 자랑스러워 유튜브 조횟수를 무던히도 늘렸다.


물론 그래미 시상식도 챙겨보았고, 그들이 매번 수상을 놓칠 때에는 의아함과 서운함을 넘어 억울한 생각에 입맛이 씁쓸했다.


며칠간 화가 나서 독설을 퍼부었다. BTS에 대한 팬덤이 하나가 되어 슬롯적 약자와 기후 문제, 동물 복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그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 세대와는 다른 그들의 움직임에 새삼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도전하고 확장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들이 한없이 멋지고 부러웠다. 이번에 이루어진 보이콧 선언도 나는 새로운 변화의 기폭제가 되리라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서! 월드컵 결승전 하프타임에서 전 세계로 전송되었던 BTS의 노래 '다이너마이트'의 춤을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했다. 6년 전 이 곡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나는 이 노래에 매료되어 노래와 안무를 배우려고 했다. 레트로 스타일의 춤동작이 많아서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방송댄스반에서 젊은 친구들을 따라 해 보다가 금방 알게 되었다. 빠른 스텝과 유연한 웨이브, 발차기와 턴을 연이어하는 친구들 옆에서, 주유소 앞의 바람 인형처럼 손발을 움직이는 거울 속의 여자를 보다 못해 핸드폰을 찾아들고"여보세요"를 연발하며 복도로 잽싸게 도망쳤다. 다 나이와 때에 맞는 일이 있는 거라고 신속하고 젊잖게 결론지었다.


사람들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이 있다고들 한다. 댄스학원에는 더 이상 가지 않기로 했다. 이번에는 유튜브를 보고 '다이너마이트'의 동작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여섯 동작을 배우는 데 30분이 걸린다. 그 30분이 7초 분량이다. 전곡은 3분 15초니 195초, 앞으로 7초를 28번만 더 하고 이 동작들을 연결하면 된다.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유산소로 충분히 땀을 뺀 다음 큰 거울 앞에서 춤동작을 시작한다. 손을 쭉 뻗어 올렸다가 내리면서 목을 돌린다. 몸을 앞으로 튕기며 턴했다. 역시나 거꾸로 했다. 왼쪽 갈비뼈에 바람이 들어간 것 같다. 앞으로 발차기를 했던 다리를 그대로 옆으로 뻗었다가 디딘다. 무릎이 뜨끔한다. 발차기할 때, 지난번 달리기 하다가 나갔던 무릎이 움찔했나 보다.


발끝을 모아서 두 팔을 크로스했다가 발끝을 벌리며 양팔도 뻗는다. 거울 속에는 태권도를 처음 배우는 어린이가 서있다. 킹콩 가사에서 오른손으로 왼편 가슴을 치고, 왼 손으로 오른편 가슴을 치면서 몸통을 굴린다.

계속 반대로 친다. 계속 가슴을 친다. 속이 터진다.


발끝을 모았다가 벌리면서 몸을 트는 동작은 아무리 봐도 '범 내려온다'의 그 춤이다. 오른쪽 골반이 삐끗한다. '아예 그 춤을 춰볼까' 싶다. 그 춤! 어렵다. 춰보면 안다. 오른쪽 다리를 뻗고 왼쪽 다리와 함께 접으면서 리듬을 타야 한다. 펭귄이다.


다리를 한쪽만 흔들어야 하는데 자꾸 개다리춤이 된다. 혼자 깔깔깔 웃는다. 땀이 나야 하는데 땀이 식는다. 벌겋던 얼굴이 제 색을 되찾아 갈 때 손허리를 짚고 거울 속을 멀뚱멀뚱 본다. '이거 계속하는 거 맞나?' 역시 빠른 회의다.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다.


저녁 식탁에서 호기롭게 자랑을 했다.

"나 이제 BTS 춤 배우기로 했어!"

남편과 아들의 눈이 마주치는가 싶더니 큰 웃음을 터뜨렸다.


남편이 "헛 둘! 헛 둘!' 입으로, 손뼉으로 박자를 치기 시작한다.

"배운 거 어디 해봐!"

졸지에 낙장불입이 되었다.

"아이 진짜! 아직 잘 못해요."

"얼른 해 봐! 배운데 까지만!"

"아이 진짜!"

아들도 눈웃음을 잔뜩 지은 채, 쳐다보고 있다.


밥을 어서 먹으려면 할 수 없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손을 뻗었다가 앞차기, 옆차기를 하고 목을 돌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다가 어깨춤을 추면서 펭귄처럼 걸었다. 분명 몸속에서 무슨 소리가 났는데 모른 척했다. 남편과 아들이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친다. 남편이 '다이너마이트' 춤을 몰라서 참 다행이다.


남편이 젓가락을 들며 보탰다.

"지난번엔 꼴랑 5일을 달리더니, 2주 동안 병원을 다녔잖아. 무릎도 한번 나갔다가 들어왔으니 이번엔 어디 다치지 말고 한 두 달 여유를 가지면서 천천히 해."

다리를 돌리다가 오른쪽 뒤꿈치에 멍이 들었고, 몸을 튕기다가 왼쪽 가슴에 담이 든 것 같다는 말은 삼켰다.

그래도 한번 끝까지 해보련다! 다이너마이트처럼! 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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