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과 장례식

아버지를 만나고 온 날

by하양데이지

아버지한테 다녀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누군가 먼저 다녀갔는지 못 보던 아버지의 사진이 놓여 있다.

젊은 시절의 아버지 사진을 보고 짧은 통곡을 했다.

잠시 동안 아버지와 함께 하늘을 보고 구름을 바라봤다.


돌아오는 길에 삼겹살을 샀다. 비 온 끝에 물오르는 상추와 쑥갓이 먹음직스러워서

삼겹살을 푸지게 싸 먹으면 좋을 듯했다.


저녁 식탁에서 남편이 아들에게 말했다.

"오늘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다녀오셨어. 가셔서 또 우셨어."

상추쌈을 입 안 가득 넣던 아들은 '네' 하는 끄덕임과 함께, 옆에 앉은 나에게 눈길을 돌린다.

"거기 추모공원은 깨끗하지요?" 아들이 묻는다.

"응, 그럼. 쾌적하고 깨끗하지. 호텔 로비 같아."


아들이 쌈을 삼키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원래 거기 가시기로 하셨던 거예요? “

”아니, 그렇지는 않아. “


(아버지가 위독해지셨을 때 어머니는 아무 대바카라이 없으셨다. 어디로 모시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하셨다. 선산이 있는 줄 알았던 남편과 내가 부리나케 인터넷을 뒤지고, 장묘시설을 찾아다니고, 어머니가 왕래하시기에 편한 곳으로 물색하여 추모 시설을 선택했다.)


아들이 또 물었다.

"그럼 돌아가신 뒤에 추모 시설을 정하면 되는 거예요?"

우리 부부는 젓가락을 놓고 장례 절차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1. 일단 엄마와 아버지가 위독해지면 적절한 추모 시설을 찾아서 미리 예약을 하고 입금도 해야 해.

공공 추모 시설은 안치 기간이 정해져 있어. 안치 공간도 선착순이라서 고를 수는 없어.

민간이 운영하는 곳은 영구 안치가 가능한데 안치 공간의 위치별로 금액이 달라.

그리고 매년 관리비를 내야 해.


2. 상주나 조문객의 이동을 고려해서 가능한 교통중심지에 장례식장도 미리 알아봐 놓고.

사망진단이 나오면 장례식장으로 전화를 해. 그럼 거기서 운구 차가 올 거야.

시신이 장례식장으로 옮겨지면 곧바로 화장장을 예약해야 해.

장례 일정이 화장장 예약에 따라 달라지니까, 일단 타시나 타도라도 비어 있는 화장장을 예약해.

화장장 예약이 힘들어. 예약에 따라서 삼일장이 사일장이 되기도 해.

화장장 예약이 확정되어야 부고장을 만들 수 있거든. 모바일 부고장도 그렇고.

부고장을 보내고 나면 이제 장례가 시작되는 거야.


3. 각 지자체 화장장에서는 거주지 시민에게만 우선하는 비율이 있어. 그 외에 타 시도에서 접수하는 예약자를 받기는 하는데, 우선적으로 할당한 지자체 비율이 다 차지 않으면 다음날 아침에 타 지역 시민에게 예약창이 다시 열리니까, 그때 예약을 변경해도 돼. 이 때도 선착순이야.

화장장 가기도 쉽지가 않단다.


4. 그다음에 장례식장 공간을 정하는 거야. 어느 정도 공간으로 할 건지.

대략적인 조문객들을 추정해서 음식을 주문하면 되고.


5. 음식 반입을 체크하고 금액을 확인하는 사람, 부의금을 받는 사람을 이원화시켜야 해.

중요한 부분이니까 둘 다 믿을만한 사람으로 구분해서 업무를 줘.

네 친구 민규가 잘할 것 같으니까 걔한테 부의금을 담당하게 하고

희준이한테는 음식을 체크하라고 해.


6. 조문객들은 친절하게 정성을 다해서 모시고, 장례식 하는 동안에 울지 마.

네가 상주니까 의젓하고 의연하게 하도록 해. 조문객들 오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이건 업무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딱 한 번은 울어도 돼. 입관식 할 때.

모든 장례절차가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때,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엄마와 아버지의 빈자리가 실감 날 거야. 그때 맘 놓고 울어. 알겠어?"


손가락까지 꼽아가며 열강을 하다가 마지막 6번을 설명할 때,

아들의 목에 걸렸다가 힘겹게 넘어가는 한 입 쌈이 느껴진다.

어느 부분에서 아들은 목이 메인 걸까. 삼겹살 먹다가 장례강의라니......

난 이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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