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감자
신규 교사들은 전국 각 지에서 온다.
가깝게는 청주나 대전, 멀게는 전주나 부산이 본가다.
신규교사는 희망발령지를 선택할 수 없으므로, 대부분의 경우 첫 발령지는 완벽한 타지다.
처음 와 보는 도시에서 처음 본 타인들과 합을 맞춰 첫 온라인 게임생활을 시작한다.
학생들에게만 급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집을 떠난 이들 신규교사에게 급식은 일용할 한 끼의 제대로 된 집밥이다. 그들에게 급식은 소중하다.
급식을 같이 먹다 보면 교사들의 식성도 파악하게 된다. 오이를 안 먹는 교사, 버섯을 안 먹는 교사, 가지를 안 먹는 교사, 떡볶이나 짜장을 안 먹는 교사, 맵찔이 교사 등등.
안 먹는 쪽이 아니라 너무 먹는 쪽도 있다.
집 떠나 혼자 살다 보니 너무 먹는 쪽의 성향은 대부분 김치에 꽂힌다. 편의점에서 파는 간편식 조각김치들이 줄 수 없는 포기김치의 넉넉한 양념과 칼칼한 풍미에 식판 가득 김치를 담는다.
그들은 '김친자(김치에 미친 자)'라고 불린다.
20대 신규교사 김 선생은 아들과 같은 또래다.
그는 파김치파다. 짜장면에 올려먹는 파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했다.
아들도 파김치를 좋아한다. 삼겹살에 올려 먹는 파김치가 그렇게 맛있단다.
햇파가 길이도 좋고 색깔까지 예뻐서 몇 단 사 왔다. 빨갛게 버무리다 보니 김 선생 생각이 난다.
작은 김치통에 김 선생 몫을 따로 담는다. 파김치만 주자니 아쉬워 배추김치도 따로 담는다.
또 생각해 보니 김 선생 옆에 앉은 박 선생도 신규다. 그녀의 집은 부산이다. 박 선생 김치를 담는다.
김치만 주는 건 좀 아닌 듯싶다. 장조림을 담는다.
실무사선생님이 소주 안주로는 파김치가 그만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또 반찬통을 새로 꺼낸다.
왼쪽에 앉은 골드미스 김 부장도 파김치 파다. 입 짧은 그녀는 밥에 얹어먹는 파김치를 좋아한다.
반찬통이 줄줄이다.
출근길에 양손이 꽉 찼다. 좋아할 그들을 생각하니 신이 난다.
김 선생은 반찬이 간 다음날이면 의레 반찬통을 깨끗이 씻어서 내 의자 옆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감사인사와 함께, 내가 보낸 반찬이 놓인 저녁식탁의 사진을 꼭 찍어 보냈다.
이렇게 똘망한 청년을 보았나!
퇴근 준비를 하는데 김 선생이 다가왔다.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놓으며 수줍게 웃는다.
"어머니가 갖다 드리라고 하셔서......"
"어? 김 선생님 어머니께서?"
가방을 열어보니 여러 봉지에 나눠 담으셨다. 감자, 양파, 통마늘 등등.
"지난 주말 전주에 다녀왔는데 이 거 갖다 드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부모님이 텃밭에서 키우신 거예요.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고, 꼭 전하라고 하셨어요. "
한눈에 봐도 제일 크고 둥글고 좋은 것으로만 골라 담으셨다.
이렇게 잘 생기고 탐스러운 감자랑 양파도 있구나 감탄하며 김 선생을 쳐다본다.
"그리고 제 외할머니도 말씀하셨어요. 부장님 퇴직하신다니까, 그분 퇴직해서 어쩌면 좋으냐고요. 하하하"
김 선생이 해맑게 웃었다.
어미의 마음을 어미가 알아본다. 정성스럽게 키운 것들 중 가장 좋은 것으로 봉지를 채우며 미소지으셨을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감자가 내 차에 실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 미소가 내 얼굴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