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

음악캠프 이야기

by박민희


호엔잘츠부르크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잘츠부르크를 위에서 보고 싶어 올라간 곳
호엔잘츠부르크 성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의 성.

미라벨 정원에서 늘 바라보던 성
막상 올라가기 전까지는 그 높이를 가늠하기
힘든 성을 마침내 올라가 보기로 했다

캠프 일정 중
드물게 찾아온 자유시간.
편안한 차림으로 작은 가방 하나만 들고 나는 천천히 성으로 향했다.

일부러 우니쿨라를 타지 않고 조금
힘들고 시간이 걸리지만 걷기를 선택했다

언덕길이 가팔라져 올수록 도시는
점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붉은 지붕들, 교회 첨탑,
잘츠아흐 강을 따라 흐르는 빛.

그 풍경을 바라보며
한 발자국씩 언덕 위의 성을 향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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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습이 끝난 뒤의 침묵처럼.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시간의 결이 달라졌다.

관광객들의 발걸음 소리 사이로
중세의 공기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역사보다
시선의 높이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연주자에게 시선은 중요하다.

우리는 늘 무대 위에서
관객을 바라보거나
지휘자를 바라보거나
악보를 바라본다.

그러나 여기서는
처음으로 도시 전체를 바라보게 된다.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땀이 송골송골 이마사이로 맺혀
흐르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숨을 고르고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잘츠부르크가
한 편의 교향곡처럼 펼쳐져 있었다.

대성당의 돔은 금관악기처럼 빛났고,
강은 현악기의 선율처럼 흐르고 있었다.

어느 방향에서 보던
하나의 거대한 음악 작품처럼
잘츠부르크는 속내를 보여주고 있었다

작지만 아름다운 잘츠부르크

성안의 공기가 악보들이 되어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

커피 한잔과 이곳의 유명한 디저트
자하도르테를 시켜놓고 전망대의 카페에 앉아서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캠프 기간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긴장했던 첫 마스터클래스,
다른 연주자들과의 앙상블,
밤늦게까지 이어진 연습

연주는 늘 순간에 사라진다.
공연이 끝나면
박수도, 긴장도, 열기도 모두 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남기는 걸까
.
성 위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수많은 형태로 바뀌어 왔겠지만

음악은 형태로 남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의 기억 속에
풍경처럼 남는다.

오늘 누군가가 들은 한 곡의 음악이
몇 년 뒤 인생의 어느 순간 떠오를 수도 있다.

인생의 굴곡을 지나갈 때
어쩌면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

말로 만질 수 없는 상처의 순간들을
음악이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바람이 조금 강하게 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되어

느린 악장을 연주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연주자로서 나도 한 호흡을 보태고

싶어졌다


음악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깊게 느끼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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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도 없고, 연습도 없고,

평가도 없는 시간.

오직 존재하는 시간만 있는

성안의 카페에서


연주 이전에

먼저 삶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도시 위로 황금빛이 내려앉고

붉은 지붕들이 천천히 색을 바꾸었다.


그 풍경은 마치

마지막 앙코르가 끝난 후의 무대 같았다.


오늘은 충분하다.

더 연습하지 않아도,

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순간.


성에서 내려오는 길,

나는 발걸음을 일부러 늦췄다.


아래에서는 다시

사람들의 웃음, 카페 안의 대화 소리, 거리 음악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길.


멀어져 가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을

뒤로하고 도시에 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https://youtu.be/qX-IUud-lNE?si=z1PyGtXQhgCbxBM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