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사이로 오가는 마음
주말농장의 즐거움
☆초록 사이로 오가는 마음☆
오랜만에 공연이 없는 주말
흐린 날씨이지만 주말농장으로
온 가족이 출발
도심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
산속으로 10여분 더 들어가면
완전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꼬불꼬불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런 곳에 마을이 있나
싶은 곳에 조그마한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주말농장은 그 마을에서도
한참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며 드문드문 산속에 집들이
있다 우리 주말농장 아래위로 집들이
한 채씩 있어 산속이지만 덜 외롭고
덜 무섭다
흐린 날의 주말농장은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보다 오히려
초록빛은 더 짙어지고, 나무들은 더 깊은 숨을
쉬는 것처럼 보인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지만, 작은 정원 가득
번져 있는 초록 풍경 덕분인지 마음은
오히려 맑아졌다
일주일 만에 온 정원에는 잔디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풀들과 텃밭에 상추가
호박잎만큼이나 자라 있었다
곳곳에 꽃들도 얼굴을 내밀고 있고
울타리엔 장미도 덩달아 피고 있다
조율 안된 오케스트라처럼 농장곳곳에
서로의 모습을 경쟁하듯 드러내고 있다
정원 한가운데 놓인 빨간 파라솔은 흐린 풍경
속에서 유난히 선명했다.
https://cellistlibrary.blogspot.com/2026/06/publishers-review.html
바람은 천천히 지나가고,
나무 잎들은 작은 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듯 흔들렸다.
도시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자동차 대신 새소리가 들리고,
사람들보다 바람이 먼저 지나가는 곳.
주말농장에 올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도 아마 그런 풍경 때문일 것이다.
천천히 밭을 둘러보았다.
며칠 사이 상추는 제법 자라 있었다.
케일 잎은 넓어졌고, 작은 채소들은 비를 기다리는 듯 촉촉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손으로 잎을 만져보면 살아 있는 생명의 온기가 느껴진다.
도시에서는 채소를 마트에서 사지만, 흙에서 직접 올라오는 채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먹거리 이상의 감정이 생긴다.
씨앗 하나를 심고, 물을 주고, 기다리고,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시간 속에는 이상하게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자라는 힘이 있다.
우리 집 자연인은 낫을 들고 풀을 베고
강아지와 나는 텃밭의 야채들을 뜯고
있는데 갑자기 옆 집 아주머니께서 울타리너머로 뭔가를 건네주신다
지금 막 쑥떡 해서 가져왔는데 따뜻할 때 드세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상추 좀 드릴까요?
배춧잎만큼 자랐어요
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
떡이 오가고 야채가 오간다
윗집에도 갔다 드린다며 총총히
걸어가시는 아주머니
매주 주말농장에 올 때마다 뭔가가
오간다
지난번엔 우리가 소보루빵을 사다 드렸고
옆집에서는 일본 출장길에 사 오셨다며
세모와 동그라미 치즈를 주고 가셨다
도시에서는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겨우 인사만 하고 지나가는데 이곳은
올 때마다 주고받는 인정이 있다
울타리너머로 서로 안부를 묻고
푸성귀가 오가는 곳
외딴 산골이지만 그렇게 외롭지 않다
주말농장에 올 때아다 어떻게 알고 오시는지
반장님도 왔다 가시고
아래 윗집도 얼굴을 보여주시고 수육도
삶아다 주신다
매번 올 때마다 엉성한 도시농부인 우리에게
먼저 온기를 나눠주시는 분들
갓 만든 쑥떡은 투박했지만 따뜻했다.
예쁘게 포장된 가게의 떡과는 다른 온기가 있었다. 아마도 직접 뜯은 쑥과 막 방앗간에서 뽑아 온 떡을 따뜻할 때 주고 싶어 달려온 마음 때문 일 것이다.
사람의 정성은 이상하게도 맛보다 먼저 마음에 닿는다.
“이거 좀 드셔보세요.”
“상추 많이 자랐네요.”
“비 오기 전에 수확해야겠어요.”
짧은 말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 냄새가 담겨 있다. 서로의 수고를 알아보고, 함께 계절을 살아가는
마음이 느껴진다.
도시에서는 이웃의 이름조차 모르는 일이
많아졌지만, 작은 밭 사이에서는 아직도 따뜻한
인사가 살아 움직인다.
농사는 단지 채소를 키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정을 다시 자라게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는 동안 사람은 조급함을
내려놓게 된다. 비를 기다리고 햇빛을 기다리며
자연의 시간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의 마음도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집으로 돌아와 씻어 놓은 상추를 바라보았다.
초록 잎 사이로 흙냄새가 아직 남아 있다.
한쪽에는 남겨둔 쑥떡이 조용히 놓여 있다.
오늘 하루의 풍경
흐린 하늘, 빨간 파라솔, 바람 소리,
텃밭의 야채들과 옆집에서 나눠준 쑥떡
https://cellistbrary.blogspot.com/2026/06/blog-post_350.html
그리고 작은 나눔.
생각해 보면 사람은 거창한 것으로 행복해지는
존재가 아닌지도 모른다.
따뜻한 쑥떡 한 조각, 갓 따온 상추의 싱그러움,
그리고 “이것 좀 드세요”라는 짧은 말 한마디.
그런 소박한 순간들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주말농장에 갈 때마다 단순히 농사를 지으러 가는 게 아니라, 잊고 지내던 삶의 온기를 다시 만나러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록 잎 사이로 사람의 마음도 함께 자라고 있는 곳.
그곳에서 오늘도 나는 작은 행복 하나를 조용히 수확하고 왔다
https://youtu.be/dAqSWp1ceBw?si=7oOE1Qu62lml1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