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토마셀리 - 침묵의 공간
잘츠부르크에 머무는 동안
나에게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 주던 장소
카페 토마셀리.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 사색, 그리고 침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이곳
빡빡한 캠프일정
긴장이 가득한 마스터클래스 기간 내내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할 때면
나는 가끔씩 시간을 내어 토마셀리로 향했다.
학교 후문을 나서 잘차흐강을 건너면
게트라이데 거리가 이어진다
그 거리의 끝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오래된 카페
카페 문을 열면
가장 먼저 오래된 나무 바닥이 삐걱이며
인사를 건넨다.
커피향기와 함께
벽에는 긴 세월이 남긴 색이 스며 있다.
시간이 천천히 머물러 있는 카페
내가 즐겨 않던 창가 쪽, 자리
운 좋게 광장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에
앉게 되면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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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음악의 무게를 내려놓고
그저 한 사람의 여행자가 되어
창밖의 풍경과 사람들을 바라보며 커피의 쌉쌀한 향기에 미소 짓는 시간
이곳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잘츠강을 바라보며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의 생가를 막
지나왔는데
지금 이 공간에 그와 함께 앉아
있는 것 같다
카라얀은 이곳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지휘자.
완벽주의의 상징.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지배했던 음악가.
그 역시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는 사실.
그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같은 공간 같은 자리에서 그의 음악을
생각해 본다
음악가는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연주하지 않는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상을 살아가며
커피 한잔을 마시며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악보를 재해석한다
카라얀 역시
지휘봉을 내려놓은 시간 속에서
음악을 다시 정리했을 것이다.
나는 커피 잔을 손에 쥐고
그가 숨 쉬었을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위대한 음악가의 삶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캠프 기간 동안 나는 거의 매일
이곳에 들러 따뜻한 커피 한잔과 달콤한
초콜릿을 먹었다
오후 레슨이 끝난 뒤,
혹은 연습을 하다 지치거나
레슨을 받으며 교수님의
호된 지적을 받을 때면
마음이 무거운 채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럴 때면 토마셀리는
말없이 나를 받아주었다.
커피 향기 속 사람들의 낮은 대화 소리,
창밖을 지나가는 마차 소리.
이 모든 것이
음악보다 더 음악처럼 느껴지는 곳
때로는 연습이 뜻대로 되지 않아
스스로에게 실망하던 날이 있다.
연주자는 늘 비교 속에 산다.
더 뛰어난 연주자, 더 화려한 기교,
더 완벽한 해석.
그 경쟁의 무게가 마음을 누르는 날이면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카페에 앉아
광장을 바라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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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도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던 날이 있었을까.
아마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다.
그 역시 인간이었으니까.
연주자의 길은
완벽해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면 조금은 위로가 되어
다시 연습실로 발길을 돌리곤 했다
카페 토마셀리는 나에게
연습실 밖의 삶을 보여주었다
연주하지 않는 시간이
때로 더 연주를 깊게 만든다는 사실.
창밖으로 울리는
잘츠부르크 대성당의 종소리가
도시 전체를 하나의 악장처럼 묶어 주는 것처럼
장미 향이 섞인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이 테이블 위로 천천히 이동하는 늦은 오후
이곳에서는 경쟁할 필요가 없었다
음악 역시
결국 시간 속에서 익어가는 것이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곳
카라얀이 커피를 마시며
다음 공연을 구상했을 순간을.
거대한 베를린 필하모닉 사운드도
어쩌면 이런 조용한 카페에서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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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연습실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숙성된다.
토마셀리는 그 사실을
아주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장소였다.
캠프 마지막 주가 되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그곳을 찾았다
떠나는 아쉬움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잘츠부르크를 떠나기 전날,
나는 평소보다 오래 그곳에 머물렀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었다.
더 이상
음악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고.
음악이 내 삶 안에 들어오도록
카페를 나서며 마지막으로 뒤돌아보았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오고 갔을 공간.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새로운 꿈을 품고
앉아 있을 테이블.
나는 조용히 인사했다.
“다음 여름에 다시 올게요.”
잘츠부르크
예술가들이 걸어 다니는 도시
그리고 토마셀리는
그 음악가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가장 따뜻한 쉼표였다.
https://youtu.be/uuwcOcSnPM0?si=DwUlIfYVIzaudp_o